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청국장을 청국장답게,

햇꿈둥지 2020. 12. 15. 10:06

 

 

#.

메주를 매달아 놓은 정도로는

견딜만했었다.

 

#.

오로지

장작불로 따듯한 구들방이란 것이 죄목되어

메주에 더하여 청국장이 아랫목을 차지하므로써

이 겨울의 유일한 내 공간에서 추방되었다.

 

#.

아니

스스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메주, 청국장과 더불어

내 몸도 발효를 시작할 것 같았으므로,

 

#.

집에 온 아이들이 제법 맛있게 먹기는 하나

조리하는 과정에서의 냄새 때문에

적층의 주거 시설 속에서는

이제

기피 식품이 되었다고 하였다.

 

#.

어쨌거나

실신성인의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는 음식이 된 것 같다.

 

#.

그러나 오늘처럼

수은주가 온도계 바닥에 머리를 쳐 박고 있는 날

화롯불로 김 오르는 청국장 한 그릇이면 

겨울의 추운 노고들이 온통 따듯해지는데

어찌 이를 버릴 수 있으랴

 

#.

더러 

냄새 없는 청국장이 있다고는 하나

 

#.

오로지

청국장을 청국장답게 하기 위하여

오늘도 내 콧구멍 홀로

악전고투 중,

 

#.

이렇게

12월 하고도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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