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메주 Christmas

햇꿈둥지 2020. 12. 13. 09:13

 

 

#.

10센티가량의 눈이 예보되었다.

 

#.

대충의 산골 살이 기억 속에는

예보 무시한 채 퍼부어지던 눈이

시리게 쌓여 있으므로

 

#.

우리는 팔 뚝지를 걷어 부친채

메주 쑤기와

땔나무와 꼬물 딱지 트럭을 공손하게 덮어 주는 일,

 

#.

그리고

넉가래 대신 두통의 휘발유를 준비 함으로써

제설 작업 준비를 마쳤다.

 

#.

물론

첫눈에 대한 예우로

지칠 만큼 눈썰매를 타고난 뒤에,

 

#.

무슨 일이든

아내는 주가 되고

나는 종이 되는 평생의 공식,

불을 넣어주고

무거운 것들을 옮겨주는 사이사이

 

#.

누옥의 문짝에

리스를 매달아 놓고

창문 가득 들어서 있는

등짝 큰 앞산을

엉터리 반짝 등으로 엮어 두었다.

 

#.

동동걸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 선

마을 여인네 한 분,

 

#.

칠십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이장을 해 보겠단 거다.

 

#.

나이 들어서도 여전한

공명심,

 

#.

산속 살이조차 이렇게 가끔

정치적?으로 흔들릴 때가 있어서

몇 명 되지 않는 마을 일들이

우렁이 속처럼 복잡하고 다단도 하다.

 

#.

완장 찬 사람 없이

모두들 수평의 같은 높이에서 도란도란 살 수는 없는 걸까?

 

#.

저 산 아래에서 몰려오는

헛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관조하거나

 

#.

거짓과 유린이 횡행하는 세상에

가끔씩

감자나 먹이면서 말이지,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짓다.  (0) 2021.01.01
청국장을 청국장답게,  (0) 2020.12.15
제법 겨울,  (0) 2020.12.08
가을 껌딱지  (0) 2020.10.24
꿩 대신 닭,  (0) 2020.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