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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창구의 바비인형 같은 직원의 물음으로
기억 깊숙이에 압착되어 있던 숫자들을
세상 고갱이의 언저리에서 힘들게 끌어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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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도 낡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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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혈액 채취실 앞의 장사진,
그리고 안내판에 뜨는
'고객'이라는 단어의 혼란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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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꽂힌 채 요지부동인 빨대들,
그 통로로 술값 아닌 대가를 지불하고
은밀해야 할 온몸의 구석구석을 공손하게 내 보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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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가
몸 깊은 곳에서 화염병 처럼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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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를
병원 순례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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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두 시간 넘어의 운전으로
병원과 도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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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숨통이 트였으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산이 약이고
자연이 명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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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산 등떼기에 매달린 산사의 범종 소리 은은한 저녁,
개님들 공양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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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공 하옵게도
축령에 계신 소호 선생님께서
일필추상 12점을 보내주셨으므로
세점 씩 나누어
받들어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