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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눈 내린 뒤
하늘은 시침이 똑 뗀 채 정지한 듯 푸르러서
진공의 허공에 가느다란 철사줄을 휘두르면
쨍그랑 깨질 것 같은 산골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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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느끼던
소란하고 끈적한 추위가 아닌
명료하고 청량한 산골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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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는
투명하게 전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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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들어 처음 사용 탓인지
송풍기 시동으로 잠시 용을 썼더니
손바닥에 대번 물집이 잡히고도 아릿한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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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손이
참 까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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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회 형제의 일로
하룻 밤 이틀 낮 동안 집 비운 사이
집안으로 잠입한 고양이 두 마리가
구석에 모아 두었던 습자 뭉치를 헤집어 놓은 채
찢고 뭉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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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두 손 들고 무릎 끓려 앉혀 놓고는 반성문 열장쯤 받으려 했으나
요놈들
짐짓 모른척 즈이덜끼리 시시덕 장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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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묻혀
흑백의 기억조차 흐릿해져 가는 늙은 선배께서
막 잠 들려는 초저녁 전화로
시콜시콜 지난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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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기억 속에
여전히 푸릇한 새순으로 살아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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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손잡아 만나기를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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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만나야 할 이유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누군가 세상을 떠나며 만들어 준 자리에서
무겁고 슬프게 만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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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침 든든하게 먹고
눈 치워 길을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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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修道)하여 득도(得道) 하는 일,
요로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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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썰매 탈 곳은 쓸지 말라는
정우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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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봐도
눈 치우는 노고가
함께 놀아주는 고행보다 나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