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새 해, 헌 몸,

햇꿈둥지 2023. 1. 6. 11:12

 

#.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창구의 바비인형 같은 직원의 물음으로

기억 깊숙이에 압착되어 있던 숫자들을

세상 고갱이의 언저리에서 힘들게 끌어내는 일,

#.

늙고도 낡았구나...

#.

병원 혈액 채취실 앞의 장사진,

그리고 안내판에 뜨는

'고객'이라는 단어의 혼란스러움,

#.

내 몸에 꽂힌 채 요지부동인 빨대들,

그 통로로 술값 아닌 대가를 지불하고

은밀해야 할 온몸의 구석구석을 공손하게 내 보이는 일,

#.

조영제가

몸 깊은 곳에서 화염병 처럼 터졌다.

#. 

새해 벽두를

병원 순례로 열었다.

#.

다시

두 시간 넘어의 운전으로

병원과 도시 탈출,

#.

비로소 숨통이 트였으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산이 약이고

자연이 명의다.

#.

뒷 산 등떼기에 매달린 산사의 범종 소리 은은한 저녁,

개님들 공양 올려야겠다.

#.

황공 하옵게도

축령에 계신 소호 선생님께서

일필추상 12점을 보내주셨으므로

세점 씩 나누어

받들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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