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12월의 가벼움,

햇꿈둥지 2022. 11. 30. 04:27

 

#.

입동 지나고

소설도 지났지만

어쨌든

첫눈이 내려야 겨울이다.

#.

하늘 깊이에서

그리웠던 이의 엽서 같은 눈이 내리면

아직도 설렐 수 있다는 것,

잠시 또

메말랐던 가슴이 촉촉해지고

#.

저 아랫 집에서

넉가래로 눈 치우는 소리가

이승의 가장 낮은 바닥을 긁는 것 처럼

갈비뼈 사이로 들려오면

산골짜기 적막한 겨울이 시작되는 거다.

#.

정우와 정환이는 

당초 1박 2일의 계약 사항을 2박 3일로 변경한 채

점령군 처럼 몰려왔었다.

#.

아이들은 우리를 참 많이 움직이게 했다.

밥 줘

목말라

호떡 먹고 싶어

술래잡기 놀이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워쩐 싸움 놀이에

말타기와

오만가지 에트쎄더러,

#.

나는

기진과 동시에

맥진 증세,

#.

저녁 잠자리에서 두 아이가 말했다

- 할머니 내일은 차돌박이 초밥 해 줘

- 나는 김밥하고 카레···

#.

한 밤

방아깨비들의 합창,

#.

친정을 100% 활용하는 딸과

외가를 200% 가동케 하는 아이들,

#.

이제 추워진다고

추녀 끝 풍경이 날선 목소리로

하루죙일 고자질인데

#.

12월 달력 한 장

마지막 잎새처럼

가볍고도 위태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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