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소설 雨,

햇꿈둥지 2022. 11. 23. 08:36

 

#.

김장 끝나고

이런저런 뒷 일을 대략 정리한 날부터

오래 덮어 두었던 책을 펼쳐 들고는

3일 만에 다섯 권,

#.

눈에 박힌 활자들이

모래알처럼 껄끄러우니

눈 들어 사물을 보는 일이 온통 고행이다.

#.

무릇 때를 가려해야 하는 일들을

억지 부린 결과이다.

#.

추울 때 까지만으로 선을 정한 바깥 설거지는

도대체 추워지지 않는 날씨 탓에

오늘도 여전히 발등 찍는 일이 되었다.

#.

하느님

지금이라도 빨리 추워져야지

주부 습진을 떨칠 수 있사옵니다~

#.

딸이 제안했다.

한 달에 딱 한번 아이들을 맡아주면

즈이 부부끼리 1박의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주중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

내 대답,

너희들로부터 해소된 스트레스

우리에겐

스텐레스로 쌓일 거다.

#.

나무들

제 몸의 잎을 떨구어 발등만 덮은 채

겨울 속에 우뚝한데

흐린 하늘은

겨울 나비 같은 눈 대신

비를 뿌렸다.

#.

관절마다 찬 비가 고여

삐그덕 신음으로 쏟아지는

#.

이상하고 따듯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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