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절멸(切滅) 앞에서의 넋두리

햇꿈둥지 2006. 9. 4. 15:28

 

 

[1]

 

해 떨어지기 바쁘게 산 넘어 능선에서 노을빛 긴 울음을 울던 승냥이에 대한 기억,

칠십리 등교 길 허위 허위 눈밭을 헤쳐 걷다 보면

저 만큼 앞산 능선에서 겨울의 심장보다 시린 시선으로 아득히 바라보던 녀석들

 

해 떨어지는 산골 저녘을 숱하게 보내도

이제 그 녀석들의 늘어진 울음 소리는 들을 수 없다 

 

 

[2]

 

"안냐셈~ 졸라 열공 하셈~"

 

어린 친구넘이 보낸 메일 한통.

 

대충의 내용을 퍼즐 맞추듯 뜯어 맞추어 보니

 

"안녕 하세요?

 아주 열심히 공부 하세요" 라는 내용인데 국어의 공시성 통시성 따질 것 없이 본 뜻을 구성하는 단어들은 몽땅 목이 부러져 있다

 

씨방새~

 

 

[3]

 

모월 모일 장가를 간다는 젊은 친구는

"드뎌 날을 잡았다" 고 상기된 표정으로 알려 왔다

 

아랫 집 김씨 영강님,

모월 모일에 진갑 잔치를 한다는데

"날을 받았다" 고 전해 주셨다

 

능동과 피동?

 

 

 

연록색 맑은 꽁짓불을 달고

반딪불이 두어마리 창가를 기웃 거리고 있었다

가슴 부르트도록 그리웠던 이를 만나 손 잡는 순간에 이별의 아픔부터 스멀 스멀 눈물 짓게 하는 일,

이 무슨 얇팍한 인연 이길래

이 밤

이 깊은 산 속에서만 몰래 만나지고 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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