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 떨어지기 바쁘게 산 넘어 능선에서 노을빛 긴 울음을 울던 승냥이에 대한 기억,
칠십리 등교 길 허위 허위 눈밭을 헤쳐 걷다 보면
저 만큼 앞산 능선에서 겨울의 심장보다 시린 시선으로 아득히 바라보던 녀석들
해 떨어지는 산골 저녘을 숱하게 보내도
이제 그 녀석들의 늘어진 울음 소리는 들을 수 없다
[2]
"안냐셈~ 졸라 열공 하셈~"
어린 친구넘이 보낸 메일 한통.
대충의 내용을 퍼즐 맞추듯 뜯어 맞추어 보니
"안녕 하세요?
아주 열심히 공부 하세요" 라는 내용인데 국어의 공시성 통시성 따질 것 없이 본 뜻을 구성하는 단어들은 몽땅 목이 부러져 있다
씨방새~
[3]
모월 모일 장가를 간다는 젊은 친구는
"드뎌 날을 잡았다" 고 상기된 표정으로 알려 왔다
아랫 집 김씨 영강님,
모월 모일에 진갑 잔치를 한다는데
"날을 받았다" 고 전해 주셨다
능동과 피동?
연록색 맑은 꽁짓불을 달고
반딪불이 두어마리 창가를 기웃 거리고 있었다
가슴 부르트도록 그리웠던 이를 만나 손 잡는 순간에 이별의 아픔부터 스멀 스멀 눈물 짓게 하는 일,
이 무슨 얇팍한 인연 이길래
이 밤
이 깊은 산 속에서만 몰래 만나지고 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