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오른 녹음을 두르고
치렁한 햇살속을
풀어 헤친 머릿결로 감아 돌던 바람과 손잡아
서툰 사랑으로 피운 꽃들,
이제 그 속살이 썩어 문드러지기 전에
떠나버린 애인의 분홍빛 엽서 같은 날들을
채곡 채곡 갈무리 해야 한다
하늘에 핏빛 노을이 번지기를 기다려
온 산이 불타 오른 뒤면
누군가
버려진 나그네 처럼 남아
져버린 초록의 날들을 음산한 목소리로 노래 할지라도
그 노래의 음표 처럼
갈색의 늘어진 모습으로 이 산하 어딘가에 버려져서
무례한 겨울의 삭풍 속에 내 던져지더라도
내 속살 깊이 갈무리 된
지난 여름의 바람, 눈물겨웠던 햇살 조각들
봄 이면
기어이 연록의 새순으로 되살아 나리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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