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부자연 또는 반자연

햇꿈둥지 2006. 8. 31. 17:56

 

 

 

[1]

지금 주변의 풍광은 기름지다

형형색색의 꽃들은 이제 꽃잎을 접어 씨방 가득 알찬 씨앗을 품었다

벌들도

거미도

제 종족을 번식 하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데

 

ㅁ 둘만 낳아 잘 기르자

ㅁ 둘도 벅차니 하나만 낳아 금쪽 같이 키우자

ㅁ 무자식 상팔자 란다 그냥 쿨 쿨 잠만 자자

 

사람 이라는 종의 이야기다

 

 

[2]

언제든지 얼마든지 고기를 포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종이 있다

배가 불러도 소용 없다

도무지 느긋할 줄을 모른다

창고를 가지고 있을 뿐더러 잠시 움직일 때 입는 옷에도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

아침

점심

저녘을 정확하게 정 해 놓았음에도 수시로 때도 없이 먹고 마신다

이 지구 상의 어떤 종도 만들어 내지 않는 쓰레기를 수 없이 만들어 낼 뿐더러 그 쓰레기에 치어 살기도 한다

똥을 누면은 밑을 닦아야 한다

너무 많이 함부로 먹기 때문이다

 

하늘로 머리를 두고 두발로 걸어 다니는 생명체 이다

 

 

[3]

하늘을 나는 새들은 오로지 주둥이의 힘 만으로 직선이 아닌 삭정이와 이끼류 따위를 모아 집을 짓는다

다만 종족을 번식하기 위함 일 뿐 거래 하지 않는다

새끼들이 깃에 힘을 담아 창공을 날아 오르면 미련없이 버리고 떠난다.  소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 힘 이상의 힘을 얻기 위해 벼라별 기계를 다 만들어

나무를 베고 산을 깎고 땅을 파 헤친다

그들이 말 하는 "대지는 어머니"라는 표현은 "뒈지는 어머니"라는 표현의 오기인 것 같다

그들은 직선과 직각을 만들어 집을 짓고

그것을 치장하고 소유하며 많은 돈으로 거래 하기도 한다

 

이상 하고도 야릇한 행위이다

 

 

[4]

그들은 나를 나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오로지 나 일 뿐이며 생을 이어가는 문제에서는 그들과 동일하다

즉,

원천적으로 생명의 줄기는 하나이며 서로 기대어져 있을 뿐 이므로...

여름내 무성한 잎들을 이쯤의 가을이면 서산의 놀빛으로 곱게 물들인 뒤

온 들의 바람이 갈기를 세울 때 쯤이면 모두 떨구어 발등만 덮은 채 의연히 알몸이 될 뿐이다

 

덕지로 끼어 입고도

자연 속에 어울려 살던 털과 가죽 있는 종들의 껍데기를 함부로 빼앗아 자기들의 일시적 겉껍질로 사용한다

 

그들은 바람이 전해 주는 소식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바람을 입는 방법도 모른다

 

 

[5]

그들은 종 종 자연을 보호 한다고 요란한 짓을 하기도 한다

 

그들 또한 자연 속에 속한 종 임에도...

 

젓먹이 아이가 제 어미를 보호 한다고 하는 철 없는 짓거리로 느껴진다

 

 

 

 

하늘과 땅이 동시에 불빛을 닮는 계절

바람이 제 속살을 맘껏 드러내는 계절

더러는 외로워서 사랑에 목마르고 마는 계절

자주 노을빛 가슴앓이를 하는 계절

그러나

처방전도 약도 없는 계절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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