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주변의 풍광은 기름지다
형형색색의 꽃들은 이제 꽃잎을 접어 씨방 가득 알찬 씨앗을 품었다
벌들도
거미도
제 종족을 번식 하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데
ㅁ 둘만 낳아 잘 기르자
ㅁ 둘도 벅차니 하나만 낳아 금쪽 같이 키우자
ㅁ 무자식 상팔자 란다 그냥 쿨 쿨 잠만 자자
사람 이라는 종의 이야기다
[2]
언제든지 얼마든지 고기를 포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종이 있다
배가 불러도 소용 없다
도무지 느긋할 줄을 모른다
창고를 가지고 있을 뿐더러 잠시 움직일 때 입는 옷에도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
아침
점심
저녘을 정확하게 정 해 놓았음에도 수시로 때도 없이 먹고 마신다
이 지구 상의 어떤 종도 만들어 내지 않는 쓰레기를 수 없이 만들어 낼 뿐더러 그 쓰레기에 치어 살기도 한다
똥을 누면은 밑을 닦아야 한다
너무 많이 함부로 먹기 때문이다
하늘로 머리를 두고 두발로 걸어 다니는 생명체 이다
[3]
하늘을 나는 새들은 오로지 주둥이의 힘 만으로 직선이 아닌 삭정이와 이끼류 따위를 모아 집을 짓는다
다만 종족을 번식하기 위함 일 뿐 거래 하지 않는다
새끼들이 깃에 힘을 담아 창공을 날아 오르면 미련없이 버리고 떠난다. 소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 힘 이상의 힘을 얻기 위해 벼라별 기계를 다 만들어
나무를 베고 산을 깎고 땅을 파 헤친다
그들이 말 하는 "대지는 어머니"라는 표현은 "뒈지는 어머니"라는 표현의 오기인 것 같다
그들은 직선과 직각을 만들어 집을 짓고
그것을 치장하고 소유하며 많은 돈으로 거래 하기도 한다
이상 하고도 야릇한 행위이다
[4]
그들은 나를 나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오로지 나 일 뿐이며 생을 이어가는 문제에서는 그들과 동일하다
즉,
원천적으로 생명의 줄기는 하나이며 서로 기대어져 있을 뿐 이므로...
여름내 무성한 잎들을 이쯤의 가을이면 서산의 놀빛으로 곱게 물들인 뒤
온 들의 바람이 갈기를 세울 때 쯤이면 모두 떨구어 발등만 덮은 채 의연히 알몸이 될 뿐이다
덕지로 끼어 입고도
자연 속에 어울려 살던 털과 가죽 있는 종들의 껍데기를 함부로 빼앗아 자기들의 일시적 겉껍질로 사용한다
그들은 바람이 전해 주는 소식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바람을 입는 방법도 모른다
[5]
그들은 종 종 자연을 보호 한다고 요란한 짓을 하기도 한다
그들 또한 자연 속에 속한 종 임에도...
젓먹이 아이가 제 어미를 보호 한다고 하는 철 없는 짓거리로 느껴진다
하늘과 땅이 동시에 불빛을 닮는 계절
바람이 제 속살을 맘껏 드러내는 계절
더러는 외로워서 사랑에 목마르고 마는 계절
자주 노을빛 가슴앓이를 하는 계절
그러나
처방전도 약도 없는 계절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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