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외딴 집,

햇꿈둥지 2021. 6. 26. 06:52

 

 

#.

어릴 쩍

체육시간에 하던 평균대 건너기를 지독히도 못 했었다

3미터쯤의 그 길이를 아슬아슬 건너다가

중간에서 똑 떨어지던 

세상 무너지는 것 같은 낙망,

 

#.

사람의 한 생

평균대 건너기 같아서

아슬아슬 비틀비틀 걷다가

기어이 평균대 위의 펭귄 걸음,

 

#.

그런데 왜?

이름이 평균대일까?

 

#.

게딱지 같은 집들이 옹송옹송 모여 사는 마을에서 뚝 떨어져

형벌처럼 옹크려 살던 이들이 있었지

 

#.

내 집이 그러했다

막 다른 길 위의

외딴집이었다.

 

#.

하루 종일

사람의 기척보다는 산짐승 기척이 더 빈번했고

고요했으므로

수다스러운 새소리들,

 

#.

해 끄고

별 켜고

 

#.

은둔이었다.

 

#.

집 오름 길이 열리고 난 뒤

사람의 일도 열려서

이런저런 소요가 소요를 일구더니만

기어이 집 아래에 이웃이 생겼다.

 

#.

어렵게 어렵게 농막 하나를 들인이가

농막을 중심으로

화장실을 만들고

농막보다 더 큰 창고를 만들고

볕 가림을 만들고

만들고

만들고,

 

#.

무어든지 하고 싶은 그 마음

백번 이해하고 말고,

하여

고개 빼어 부를 수 있는 이웃이 있어 좋다고

나 스스로에게 말하듯

그에게 얘기했다.

 

#.

너도

나도

또 오늘

아슬아슬 비틀비틀

일생의 평균대 위를 걷는 것,

 

#.

손 잡자구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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