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하늘 풍경,

햇꿈둥지 2021. 7. 7. 07:51

 

 

#.

산 깊은 곳에

초록 터전을 마련한 아우가 있어

산 넘고 물 건너는 길을 다녀왔다.

 

#.

이제 늙어가는 여섯 남매가

놀이처럼 지었다는 숲 속 둥지 하나가

소근소근 예쁘다.

 

#.

예쁜 사람들끼리 모여 살며 늙어 가는 일,

남은 시간의 마지막 희망이다.

 

#.

집 아래에 농막 하나 들인 이를 위해

사람 다닐 길 열어주고

뒷산 넘어 하루종일 넘쳐나는 물길도 나눠주고

하는 길에

마음 길 조차 건네 주기로 하여

솥뚜껑 위에 고기 구어가며 밤 늦도록 깔깔대소,

 

#.

창문 열고 부를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거

썩 괜찮은 일이다.

 

#.

초록 틈새를 비집어

7월이 되고도 꽤 여러 날이 지나도록

게으름 더불어 풀들만 무성한데

이걸해야 하고

저것도 하기로 하고...

 

#.

날라리 공염불,

 

#.

비 오는 날을 피하기 위해

미루고 미루어졌던 비닐하우스 일은

결국 빗속의 일이 되었다.

 

#.

게으른 사람이 비 오는 날 일 하느니...

생전의 어머니 말씀,

참 귀신같으시도다.

 

#.

삐그덕 

고장 난 허리를 쉴 겸

너른 창 밑에 누워 비 젖은 하늘을 보는 일,

추녀 밑에 거미가 새 집을 짓고

젖은 하늘 깊이로 새들이 날고

장하게 자란 나무들과

그 사이로 시냇물처럼 흐르는 바람

그리고 세월,

 

#.

땅에 코 박고 사는 동안의 하늘 풍경이다.

 

#.

문득

이 모든 풍경들이 아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몽환적 현실,

 

#.

칠월도 

어느새 이레인가?

세월이 유수인지

유수가 세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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