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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깊은 곳에
초록 터전을 마련한 아우가 있어
산 넘고 물 건너는 길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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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늙어가는 여섯 남매가
놀이처럼 지었다는 숲 속 둥지 하나가
소근소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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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사람들끼리 모여 살며 늙어 가는 일,
남은 시간의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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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아래에 농막 하나 들인 이를 위해
사람 다닐 길 열어주고
뒷산 넘어 하루종일 넘쳐나는 물길도 나눠주고
하는 길에
마음 길 조차 건네 주기로 하여
솥뚜껑 위에 고기 구어가며 밤 늦도록 깔깔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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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열고 부를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거
썩 괜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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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틈새를 비집어
7월이 되고도 꽤 여러 날이 지나도록
게으름 더불어 풀들만 무성한데
이걸해야 하고
저것도 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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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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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을 피하기 위해
미루고 미루어졌던 비닐하우스 일은
결국 빗속의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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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사람이 비 오는 날 일 하느니...
생전의 어머니 말씀,
참 귀신같으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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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그덕
고장 난 허리를 쉴 겸
너른 창 밑에 누워 비 젖은 하늘을 보는 일,
추녀 밑에 거미가 새 집을 짓고
젖은 하늘 깊이로 새들이 날고
장하게 자란 나무들과
그 사이로 시냇물처럼 흐르는 바람
그리고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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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땅에 코 박고 사는 동안의 하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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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모든 풍경들이 아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몽환적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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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도
어느새 이레인가?
세월이 유수인지
유수가 세월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