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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의
"나날의 삶이 너무도 비참한 나머지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나마 사소한 위협으로 여겨
모른 체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259쪽에 달하는 팬데믹의 사유들을 읽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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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쪽잠이 들었었나?
창밖에 어른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놀라 일어나 보니
앞 동네 베드로가 혼자 비닐하우스 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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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일을
내 집 일처럼 하는 것
참
깊은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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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새벽에 시작한 일은
정오가 되기 전 끝을 내야 한다.
온몸의 땀을 샘물로 씻고
초록 그늘 아래 산바람을 두르는 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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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 땡볕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한 계명으로
禁足午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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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창궐하는 도시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효행? 나들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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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환호하여
온갖 수고를 감내하리니
해 넘어 남기 내릴 시간까지 깔깔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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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또 넘어 당도한 샘물이
아이의 텀벙 유희에 맑게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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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는
더욱 강한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엄포 관계없이
감자 캐낸 자리를 갈아
김장 씨앗 뿌릴 준비를 하고
틈새의 쉬는 시간에
코딱지 꽃밭을 건성건성 손질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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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은 시간
중천에 걸린 반달,
칠월도 어느새 열이레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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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품에 안긴 더위와
더위의 등에 업힌 세월이
어울렁 더울렁 흘러가는 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