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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책이
이 깊은 산 꼬댕이 까지 당도하는데
이틀,
아니 딱 스물한 시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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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거
너무 숨 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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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며느리의 휴가 일정이 제 각각 이어서
며느리와 아이만 일주일간 집으로 왔다.
어머니의 집안 노고를 덜어 주고자
오늘 하루는 이웃 도시의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했으므로
내 새끼의
다시 내 새끼를
봉의 알처럼 품에 안은 채 한 시간여의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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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여 고단하고
고단하여 행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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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마징가제트처럼 지칠 줄 모르는데
나는 수시로 방전되어
틈만 나면 휴게용 간이 의자에 쪼그린 채
노년의 고단함을 졸음으로 떨쳐내야 하는
수행 이거나 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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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흔들던 꽃술과
얽히고설킨 풀들 속에서 영근 옥수수는
하늘 맛 반,
흙의 맛 반의
참 맛으로 익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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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캐어 낸 자리는
아주 잠깐 사이
비름나물 숲이 조성되었으므로
아침 한나절 늙다리 경운기로 곱게 간 뒤
배추 심고 무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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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는
김장 씨앗들이 뿌려지고
초록 그늘은 더욱 깊어서
섬돌 밑에
아기 귀뚜라미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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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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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둡고 어두운 밤이 올 시간인데
서산 노을은
무엇하러 저리도 고운 빛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