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가을 씨앗,

햇꿈둥지 2021. 8. 5. 04:25

 

 

#.

주문한 책이

이 깊은 산 꼬댕이 까지 당도하는데

이틀,

아니 딱 스물한 시간 걸렸다.

 

#.

우리 사는 거

너무 숨 가쁘다.

 

#.

아들과 며느리의 휴가 일정이 제 각각 이어서

며느리와 아이만 일주일간 집으로 왔다.

어머니의 집안 노고를 덜어 주고자

오늘 하루는 이웃 도시의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했으므로

내 새끼의

다시 내 새끼를

봉의 알처럼 품에 안은 채 한 시간여의 운전,

 

#.

행복하여 고단하고

고단하여 행복하고

 

#.

아이들은 마징가제트처럼 지칠 줄 모르는데

나는 수시로 방전되어

틈만 나면 휴게용 간이 의자에 쪼그린 채

노년의 고단함을 졸음으로 떨쳐내야 하는

수행 이거나 고행,

 

#.

푸른 하늘을 흔들던 꽃술과

얽히고설킨 풀들 속에서 영근 옥수수는

하늘 맛 반,

흙의 맛 반의

참 맛으로 익어졌다.

 

#.

감자 캐어 낸 자리는

아주 잠깐 사이

비름나물 숲이 조성되었으므로

아침 한나절 늙다리 경운기로 곱게 간 뒤

배추 심고 무 심고,

 

#.

밭에는

김장 씨앗들이 뿌려지고

초록 그늘은 더욱 깊어서

섬돌 밑에

아기 귀뚜라미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

어쩔 수 없는 

가을,

 

#.

이제

어둡고 어두운 밤이 올 시간인데

서산 노을은

무엇하러 저리도 고운 빛인지,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등 조장,  (0) 2021.08.11
돈벼락,  (0) 2021.08.08
전투형 도락꾸  (0) 2021.07.21
금족오(禁足午)  (0) 2021.07.18
하늘 풍경,  (0) 2021.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