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론성지 학당 벽]
삐리리리릭~
아주 오랫만에 동창 녀석이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상 질문 요지]
이제 그럭 저럭 아이들도 다 자랐고 도시살이도 슬금슬금 신물이 나는 지경에 직장도 그만 시큰둥 재미가 없으니 어디 공기 좋은 시골 구석에 처 박혀 산천 경개 좋은 곳에서 남은 금슬이나 다질 겸
저 푸른 초원 우에 그림 가튼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남은 세월 해로나 해 보려 한다네
한 천평쯤을 구해서 한켠에 집 짓고 바람 시원스레 넘나드는 곳에는 정자도 하나 세우고 가끔은 정든 사람들 만나 가른파리~도 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
어디 마땅한 땅을 좀 구해 주려나?
[전화상 답변 요지]
우선
야 이 가이스키야~
시골 구석이 어디 네 구미에 딱 떨어지게 대기 중인 안성맞춤 오강단지인줄 아느냐?
그리구 "저 푸른 초원 우에 그림가튼 집을 짓구 사랑하는 우리 님과~..."는 케케 묵어 터진 노래 가사 일 뿐이지 그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 하다구 아직두 믿구 있느냐?
그 담에
한 천평 땅을 구하구 싶다구 했는데
이노미 도대체 겁대가리두 없지
생각을 해 봐라
200평쯤 대지로 만들어 집 짓고 마당 만들었다구 치자
나머지 땅이 800평이나 되는데 고거를 늬가 삽으로 팔거냐 아님 트랙터를 사서 왕 왕 갈아 부칠거냐?
그리구
바람 시원스레 넘나드는 곳에 폼나는 정자를 하나 짓겠다는 원대한 꿈도 그냥 때려치워 버리구 네 몸속에 아직도 원기왕성하게 남아 있는 정자나 잘 지키는게 낫겠다
또 그리구
가끔은 정든 사람 불러 들여 정갈한 정원에서 하고 싶다는 가든파티인지 가른파리 인지두
생각을 해 봐라
마을 모두 땡볕에서 등 가죽이 벗겨지도록 일을 해야 하는 판에 너는 기생 오래비 처럼 그늘에 누워 입에 달은 음식을 안주 삼아 맑은잔에 술을 따라 마시겠다는 지극히 비시골적이며 탈농사적인 생활이 가능 하다고 생각 되는냐?
마을 사람 모두의 시선이 날 선 화살로 들어 와 박힐 것이며
그 결과는 도시에서 보다 더 큰 소외감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아서라~ 말어라~
기냥 지금처럼
조또 모르면서 시골로 기어 들어 와 갖은 뺑뺑이를 다 친 끝에 적당히 지쳐 자빠진 우리집 손님으로의 소풍놀이를 계속 이어 가기 바란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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