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꽃]
아내의 물리 치료를 돕고 집에 들어 가던 길에
가계를 옮겨 새로이 문을 연 음식점엘 들렸습니다
제법 장사가 되는듯 싶으니 그만 가계 주인의 횡포로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는 푸념을 들으며 저녘 겸 소주 한잔을 나누다가
이제 어둠이 내리는 길가에 막차를 기다리는 촌로처럼 쭈그리고 앉아 담배 한대를 피울 참인데
검은 털과 흰털로 제법 예쁜 모습의 시츄 한마리가 주변을 맴 돕니다
한참을 어른 끝에 겨우 손 닿을 자리까지 닥아 온 녀석 몰골이 너무 어수선하고 사뭇 땅바닥에 엎드려 기는 모습이 딱도해서 마침 문밖을 나온 주인에게 예쁜 녀석을 어찌 이리 함부로 키우느냐고 했더니 휴가가 끝나 계곡에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던 한달여 전 부터 주차장이며 음식점 마당가를 배회하는 집 없는 개라는 겁니다
유추컨데
금대 계곡 가까운 자리이니 먼 도시 어디에서 휴가길에 데리고 나와서는 인적 뜸한 곳에 버려 둔 것 이리라...
딱하고 가엾다며 기어이 품에 안는 아내를 말릴 길 없어
혹여 주인이 나타나거든 전화해 달라고 이르고는 산 속 집엘 들여 목욕 시키고 밥 먹이고...
이내 정 붙여 사람 주위를 맴 돌거나 품속을 파고드는 녀석,
사람의 건물은 나날이 높아져서 밤거리는 화려해 지고
먹는 음식 또한 기름끼를 더 해 갈 뿐더러 꽃처럼 예뻐지는 사람의 무리들
모두들 입을 모아 우리의 삶이 문화적으로 가꾸어지고 있으며 진화 하고 있다는 말씀들인데
쓰레기 버리듯 함부로 산 생명을 버리는 사람의 인성은 오히려 퇴화하고 있는 것 아닐까?
깊은 산 중에 가부좌 틀고 앉아 마음을 모아야만 도가 닦이는 것일까?
사람 이외의 생명들을 일회적 장난감 처럼 함부로 생각하는 영장의 만용
만물의 영장이란
먹이 사슬의 제일 꼭대기에 위치 함으로써 갖는 자리가 아닌
모두를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건 아닐까?
萬有一根...
네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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