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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만의 만우절을
진실한 거짓말 하나 하지 못한채
헛되이 탕진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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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거룩한 만우절을 유기한듯 하여
죄송함을 금 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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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소식에 등 떠밀려
허둥지둥 밭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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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루만지듯 갈고
빗질하듯 이랑지어
공손하게 감자를 넣는 산골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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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보다 경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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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기계도
작년보다 한해씩 더 늙고 낡아
더듬어 고치는데 한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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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 손으로 고칠 수 있다는 거
장하고 대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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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마을의 길가에 벚꽃이 흐드러지던 날
때 맞추어 비가 왔으므로
질척한 꽃 향기가 발아래 흥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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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시거니
화사한 벚꽃 아래
노란 우산
빨간 우산
찢어진 우산... 들이 알록달록 꽃만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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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지치고
코로나로 외로웠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잠시의 시간들이 웅성하고 성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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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아이의 생일,
학교를 가지 않아야 한다는 거였다.
학교 선생님이
개교기념일은 학교 생일이라 하루 쉰다고 했으므로
내 생일에도 쉬어야 한다는 대꾸,
1학년
참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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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나들이를 다녀오는 아내 손에
이렇고 저런
모종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으므로
농사철도
농사꾼도
이렇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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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개승마를 시작으로
산마늘 잎과 머위잎 무침과
온통의 봄나물들이 삶아지고 무쳐진 초록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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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을 건넌
푸른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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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쓰기를 열면
"제목을 입력"하라는 안내어가 강압적이고도 친절?하게 뜨는데
딱 한 번쯤은
싫어...라고 머리를 흔들고 싶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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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목이 뭐지?
죄목만 많은 세상을 살아온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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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낮 하고도
밤새
비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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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봄이
하염없이 녹아내려
둥실둥실 떠다니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