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콧구멍 미어터지게 할 만큼의 황사가 몰려올 거라고 하여
미리미리 새색시 신혼 이불처럼 두터운 마스크를 준비했는데
하늘은 어찌하여 푸르고 청명 했으므로
봄볕 아래 아이 손잡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때리자던 계획은
말짱 황이 되었다.
#.
예보 상에는
셀로판지처럼 맑은 햇볕이
낭창하게 늘어지는 맑은 날이 될 것 이라고 하여
한오백년 만에 운동화 빨아 널었더니
밤새 비가 왔다.
#.
그리하여 이제부터
이 나이 되도록 쌓은 내공을 존중하여
일기 예보 대신
일기 예감을 믿기로 하였다
#.
말하자면
무르팍에 쥐가 기어 다니는 것 같거나
허리에 맷돌이 매달린 것 같은 날
또
약간 미치미치 한 뉘기가 갑자기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 날 빼고는
#.
티브이에 아무리 예쁜 아나운서가
아무리 예쁜 옷을 입고 나와
비가 온다고
진짜로 진짜로 비가 온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
아이 생일 선물로 무얼 받았으면 좋겠는지
세가지만 적어보라... 고 했더니
1. 핸드폰
2. 또 핸드폰
3. 또또 핸드폰,
#.
구들 고치는 일이 어느 정도 진전되어
어제는
구들돌 까는 일을 마무리하였다.
#.
낡은 구들돌 위에 동그랗게 몸 뉘어
곤비했던 하루를 덜어내시던
어머니의 아랫목 돌 조차 넣었으니
그 위에 누워 잠들면
밤마다 꿈마다
어머니 뵐 수 있으려는지,
#.
구들 아랫목에 사각의 홈을 마련하고
그 위에 여닫이 뚜껑을 덮은 뒤
사각의 더운 공간 속에
솔방울 이거나
쑥 이거나
이런저런 약초들을 넣어 훈증해 보리라는
획기적이며 창의적으로 정신 나간 시도,
#.
씨감자가 나왔다.
#.
닥치고
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