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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정착기[5]

햇꿈둥지 2005. 5. 12. 17:09
가끔
반상회나 대동계 등이 기회가 되어 마을 모두가 모이는 날이면 늘 느끼게 되는 일들,
도대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이 마을의 독특한 정서인가?

허긴
직장 생활을 이유로 늘 겉 돌고 있는 꼴이니 이렇게 모인들 특별히 할 이야기 없는 것도 그렇고,
다만,
마을 내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기는 하다
어떤 일이든 팔 걷어 부치는 적극적인 성격이다 보니 마을 일들 대부분을 앞장서는 것 같은데
이 바보 남편의 생각으로는 남편이란 사람의 빈자리 까지를 메꾸려는 안간힘으로 느껴져서 그냥 미안하기만 하다

마을 반장이란게 참 쉽지 않은 일,
회보를 돌리고
무슨 무슨 일로 주민들 도장을 받는 일
광견병 예방 주사약을 돌려 주는 일
거기다
홀로이시거나 거동 불편하신 어르신들 탈이 나면 가깝지 않은 시내 병원까지 모시고 다니는 일 등 등...(이 부분이야 스스로 하는 일이라 해도...)
바쁘고 힘든 일일텐데
어느 날 저녘엔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농협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거기 농협 대의원 집이래유?"
전,후 사정을 알길이 없는 내 대답은 대번에 아닙니다인데
다시 묻기를
"거기가 누구 누구씨 집이 아니래유?"
[아 그건 맞대유~]
"아 글쎄 그 양반이 농협 대의원인데 내일 회의 나와야 한대유"

이건 또 뭐야?

종횡무진, 좌충우돌 이다

시골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비슷 하겠지만
대략 농사 철 시작 전,후
또는 가을 농사가 끝난 무렵쯤 마을회관 앞 공터에 이른 새볔부터 붕 붕 거리는 관광버스를 보게 된다
봄 철 관광이 일년 농사일을 시작 하기전 마을 주민 유대 강화및 체력 강화(?)를 위한 준비 운동쯤이라면
가을철 관광은
일년 농사의 자축연이나 마을 단위의 위로연쯤으로 느껴 지는데,
여기서 굳이 이 관광의 목적에 체력 강화를 삽입한 것은 단순히 개별적인 판단임에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마을에 연세드신 아주머니의 공통적인 불만은 이랬다

"아! 모처럼 젊고 싱싱한 사람들이 마을로 이사와서 이렇게 놀이 자리가 되면 신나게 같이 놀 수 있으려니 했는데 관광 날짜만 잡으면 불참이다..."

이유가 있다

시내로 학교를 다녀야 하는 아이들
아직도 파악되지 않는 시골 생활들
지나치게 넓은 땅의 농삿 일
이것 저것...들...

아내와 상의 끝에
우리 일도 중요 하지만 잠시 접고 같이 다녀 오자...이렇게 결정은 했는데
마을회관 앞 버스 출발 하기 전 부터
고뿌(컵)로 돌려지는 소주 잔들...

아무래도
버스 안 유흥과 춤판을 유발하기 위한 촉매제로 공급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버스 떠나기 전 부터 들 뛰기 시작하는, 통째로 하나인 마을 사람들 덕에
버스는 통째로
울룩 불룩 실룩 실룩...풍기를 보이기 시작 했는데

이거 난리 났다

단 한순간도 의자에 엉덩이 붙일 틈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다녀 온 동해안,


3박 4일의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런데도 마을 연세 드신 다른 분들은 별탈없이 나다니시니
관광도 관광 이지만 체력단련의 목적도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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