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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정착기[4]

햇꿈둥지 2005. 5. 12. 17:08
아내가 마을 반장이 되었단다

가문의 영광이지...
그래두
쪼끔 서운하다
나와 동갑인 이장은 저 혼자 두 장이고 마을 초입 장갑 공장 사장은 이장을 두번 했었나 네장 이라는데
이거 뭐, 아내랑 합쳐봐야 한장 밖에 안되는구만...

그런데 밭을 정리하는 일이 생각 외로 커지기 시작한다
숱한 경지 정리 현장이며 토목 공사 현장을 다녀 본 스테파노의 의견 개진 부분도 있었지만
스테파노의 02포크레인으로는 부지하세월이니 06의 큰 장비를 같이 써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집 오름 길이 워낙 협소하고 곡각 지점이 있다 보니 반대편 남의 밭을 지나고 남의 산을 지나는 동안 임도 형태의 진입로를 개설해야 하는 난관이 있었다
이미 시작은 한 일, 어찌하랴~

밭 주인, 산 주인 찾아 다니며 설명에 설명, 사정에 사정...끝에 밭 안으로 장비를 투입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흘 가량을 정리해서
울퉁불퉁
삐뚤빼뚤의 산골짜기 비탈 밭은 지금처럼의 모양새로 다듬어져 갔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속 흙과 겉 흙이 몽땅 뒤집어져 버렸으니 무엇이든 지력 회복을 위한 거름을 넣어야 한다는 것인데 소똥이 있나? 돼지 똥이 있나? 있다 한들 실어 나를 차가 있나? 길을 사용 할 수가 있나?...
할 수 없다. 그러나 한다

호기롭게 지게를 지고
농협에서 만들어 20킬로그램 비닐 포대에 넣어 파는 퇴비 50포대를 져 나르기로 했다
처음에 6포대 얹어 놓고
으랏샤~ 힘은 썼는데 어허~ 꼼짝도 않고,
하나 덜어 내고 으쌰~ 힘을 써 봐도 그게 그거고...
또 하나
또 하나...
결국은 두개씩을 져 올리는데 이게 당췌 일인지 놀인지,
보는 마을 사람들 민망하기는 왜 또 그렇던지...

이렇게
반도 올리지 못하고 파김치가 되어 늘어진 저녘에
인천에서 내려 오셔서 마을 한 가운데 비둘기 집처럼 예쁜 집 짓고 사시는 윤씨 아저씨께서
엽총과
온갖 엽구며 엽장을 갖춘 나무랄데 없는 엽사의 모습으로 올라 오셨다

이 마을 누구 누구를 일일이 거명 하시며 험담 일구의 일장 훈시 끝에
어차피 도시에서 들어 온 너와 내가 같이 기대면 외로움이 덜하지 않겠는가?...의 방향 설정까지를 감기는 눈 치켜 뜨고 들어야 했다

[마음을 돌리십시요
어차피 이 마을 사람들은 이 날까지 살아 온 자기들 생존의 방식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들을 끌어 안으시고 이웃으로 다가 서십시요...]
이런 말씀을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 놈의 변으로 치부 하셨는가?
이 후로는 통 발길을 하지 않으셨다

이제 조금씩 우리를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 들임인가?...
씨앗을 나누어 주는 이웃들
봄 볕 넉넉한 밭고랑에서 흙 묻은 손을 털고 나누어 마시는 막걸리 사발,

아들 처럼 따듯하게 등 두드려 주던 이웃 할머니 돌아 가시면
서투른 솜씨나마 염습도 해 드리고...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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