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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정착기[6]

햇꿈둥지 2005. 5. 12. 17:10

 

두 눈 감고 칠흑의 밤길을 걸은듯한 8년,
앞의 글들처럼 흥미있고,재미있고,낭만적이지만은 않은 부대낌과 좌절도 수 없이 많았었다

살던 움막은
먼저 사시던 분이 18년을 살다 나간 곳이니 한 20년 넘게를 주거 공간으로 활용된 셈이다
이 움막을 짓던 시절에 자재가 제대로 있었으랴 포크레인 같은 장비가 있었으랴...
비탈진 터전, 그 중 반듯하다 싶은 한 켠을 오로지 손으로, 삽으로 정리하여 이나마 준비가 되었을텐데
방이야 그렇다치고
거실 용도의 부분이 약간 경사가 져 있었다

강원도...라...그렇겠거니...
그래서 비탈이 져 있겠거니...

그런데 환장 하게도
이곳에서 잠을 자면 처음 잠을 청한 부분은 윗켠인데 잠을 깰 때는 어김없이 아랫 켠으로 굴러와 있고
밥을 먹을때 반대쪽에 앉아 있는 사람은
언덕 위에 앉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뿐만 아니라
사방을 둘러친 벽이란 것이 얇디 얇은 합판뿐이니 거룩한 식사 시간에
맨발의 쥐들이 거실을 가로 질러 G랄M병을 연출하는 통에 밥숫가락 들고 혼비백산 하기를 수십번...

할 줄 모르는 일,
억지에 억지를 부려 몸만 고달프다 보니
잠결에 만져지는 아내의 손바닥,발바닥에선 마찰 불꽃이 튈 만큼 거칠어져 있어서
가벼운 옷감이나 이불이 스쳐질 때마다 버스럭 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울 지경이었다

성취가 아니라
소모되고 있는가 보다...

다시,
떠나 온 도시로 돌아 가야 하는건가...

모든 밤들은 어둠으로 채워져 있고
그 어둠은 온통 걱정과 번민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흙투성이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은 얼굴로도
깔 깔 깔 맑게 웃어주는 아내를 보며
나는 자꾸 미안해 지고 무너져 간다...

현실에 대한 긍정은
모든 조건에 대한 애정을 쌓아 가는 것일까?

고백 하건데
뒷 산 소나무 둥치라도 끌어 안고 밤 새워 울고 싶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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