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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정착기[8]

햇꿈둥지 2005. 5. 12. 17:12
처음 이사 들어 오던 해의 마을 가구수가 약 20호,
외지에서 들어 오신 분이라야 마을 한 복판에 예쁜 집 지으신 윤씨 영감님 뿐이고

나머지 분들은 오래 전 부터
치악의 늑골을 파 헤집으며 기대 살던 분들이다

그 중 좀 특이하다 싶은 몇 몇 중에는
거 참! 뭐 그 정도로...싶을 정도의 절도 전과로 별이 몇개라는 노총각 동갑내기 한석이와
일주일에 8일,
2월달 달력에도 31일을 채워 넣고 술만 퍼 마셔 온 공로를 뼛속 깊이 새겨 온 아내가 인사도 없이 튀어 버려서 결국은 맘 놓고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한살 아래의 성국이,

이 둘은 마을 모두의 부양 가족이자
마을 안에서 만들어지는 어느 술판이든지
초대불문
청탁불문
장소불문
남여불문
그리하여 생사불문의 경지까지를 종횡무진 누빌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부여되어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럭 저럭 꽤나 많은 날을 살아 오면서
마을 안 대부분의 집들을 이 일, 저 일들로 들려 본 셈인데
단 한사람,
서울에 집을 두고 홀로 내려 와 사신다는 최씨 영감님 댁은 들려 본 일이 없다
내 집에서 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 아래 맞은 편 산자락의 빈 집을 임차 형태로 빌려 들어가서는
하루 하루
하꼬방 늘이기를 시작 하더니
어느 날 부턴가 그 하꼬방에서 시작되는 개의 울부짖음과 새볔부터 시작되는 개의 비명들이
마을 구석 구석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낮 동안의 시간은 늘 밖의 직장에서 보내야 하니
저간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으나 그 쪽으로 시선을 두면 우선 느낌 부터가 싫다
가끔 목격되는 사정으로
마을 분들이 적지 않게 그 집으로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보면
서울 무슨 보신탕 집으로 정기적으로 물건(?)을 보내고 있고
그 작업의 부산물들이 술과 곁들여져 마을 사람들의 유인 통로가 되는 모양인데...

사실 최씨 영감님께서는
이런 선심 기회를 이용해서 마을 내의 이런 저런 말썽의 화살을 피하고 있는듯이 보였다
문제는
횟수가 더해 가면서 그들만의 울타리가 쳐지기 시작하고
그 울타리 안으로 단 한발짝도 들여 놓지 않는 내 얘기들이 조금씩 흘러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두번
세번...

뒷말들이 내게로 전해지는 속 뜻에는
참여의 강권과 은근한 회유가 담겨 있는건가?

이 마을에 사는 동안
내가 가지고자 노력하는 부분들을 굳이 색깔로 비유하자면 흰색 정도 일 것 같다
꼭 순결이라든지 이따위 웃으운 의미를 두고자 함이 아니라
그저 내 얘기에 고집을 담을 것 없이
듣고
듣고
듣기만 해서
마을의 모든 색깔들로 범벅이 되어도 그만이니...이 정도 뿐인데

이건 대접이 좀 지나치다...

허긴
내 집에도 개는 있다

이곳에 사는 동안 개를 키우는 문제로 아내와 심각한 지경에 이른 적이 있었다

한 놈
두 놈...
이 놈들이 자체 번식(?)을 시작하더니 어느 핸가는 스물 일곱마리까지 늘어 난 일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내는
이 놈들이 몽땅 이뻐 죽을 지경이다

심각하게 정리를 종용 하기를 몇 일,
아내는 할 수 없이 개 장수 아저씨를 불러 처분을 하게 되었다

"아저씨 저 개 싣고 가시는 거 안 보게 해 주세요..."

아내는 이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행된 상황이

"응 응 잉 잉~ 하나, 둘, 셋, 퉷~ 넷, 다섯 잉 잉 응 응 훌쩍 훌쩍~
아저씨 만원이 비잖아요 잉 잉 응 응 엉 엉~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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