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2003 過夏記

햇꿈둥지 2005. 5. 12. 17:14
궁리에 궁리
검토에 검토...를 해 봐도
이곳 생활 8년째의 지금껏 농사의 방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무농약.무 제초제의 결과로 잡초 우거진 밭이거니
지렁이-개구리-뱀-두꺼비 순으로 원래의 땅 주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말고는...

농약 없이 키운 감자며 몇가지 농산물은 규모 없이 팔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누며
처음 몇 해인가는 그랬지...농약없이 키운 것들 이라고...
그러나
이젠 그 조차도 별 의미 없거나 말하기가 쑥스럽다
언젠가
시장 골목을 어슬렁 거리다가 보았던
순,진짜,정말 참기름에서 느껴지는 묘한 부정과 배신감 같은게...유기농 이거나 무농약 농산물의 강조 뒤에 같은 크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싶기도 하고...

불가에서 수행 중인 분들의 한결 같은 마음이 초발심을 간직 하는 거라면...

지난 여름
윗 밭 오름새의 산 허리를 겁없이 건드려 놓은 것이 화근이 되어
무너진 흙이 물길을 막는 바람에 집을 몽땅 쓸려 보낼 위기를 경험한 뒤로
올 여름의 가장 큰 과제는 토사의 해결 이었고
햇볕이 익기도 전에 서둘러 흄관을 묻었었다

3.000여평의 너른 밭은 지난 해와 별 차이 없이
무우,오이,토마토,고추,아주까리,감자,수수 등이 빼곡히 심겨져서
작년 보다는 아주 조금 잘 됐지 싶게 키워 내고는 있지만
주력 작물인 고추 외에는 어쩔 수 없이 풀밭,

그 우거진 풀숲을 헤쳐 오이며 토마토 몇개를 끌어 안고는
잃었던 장난감을 찾아낸 아이처럼 흐믓해지고 마니 이 무슨 농부...

집 짓는 동안의 힘겨움으로 단단히 하나가 되었던 마음의 풀어짐인지
올해는 유독히 부부가 힘을 합쳐
많은 다툼과 싸움을 했다

뱀과 쥐의 집안 출현도 유독히 심 했음은
딸아이의 문제로 살림이 양분된 결과인듯,
특히나 직장이 멀어지면서 직,주 공간이 분리되니 마음 또한 어수선하여...그리 됐겠거니...
오늘 저녘쯤은
찬바람 스치는 정자에 마주 앉아 흩어진 사랑 조각들을 줏어 맞추는 반성의 퍼즐게임이라도 해야 할려나?
허기야
아내와의 술자리라는게 항상
술 취한 내 이야기는 주정이 되고
아내 이야기는 주장이 되니...

그럭 저럭
적응해 가고 있음인지
올 여름 특별히 힘겹게 느껴지는것도 기억 깊이 새겨진 사건도 없긴 하나

사랑했던 장군이 녀석에게 팔뚝을 물려 곤욕을 치룬 건 개운치 않은 일,
더구나
입원 치료가 필요 하다는 의사의 얘기에

"입원 하기가 어렵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습니까?]

"아니요 그렇지는 않지만 입원을 하게 되면 환자의 침대 앞에 병명을 써 붙일 것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럼 제 병상에는 [개에 물렸음]이라고 써 붙일텐데 그렇게 되면 개에 물린 상처 낫기 전에 쪽팔려 죽습니다..."

의사와 간호사 어이없는 웃음 끝에 통원 치료의 아량을 베푸시고
약 봉지 끌어 안고 병원 문을 나서던 시간
뙤약볕 아래 비명 같은 매미 소리에 밀려
여름은
8월의 열넷째날을 건너고 있더라...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자 심고 수수 심는  (0) 2005.05.12
노후 준비  (0) 2005.05.12
소토골 정착기[9]  (0) 2005.05.12
소토골 정착기[8]  (0) 2005.05.12
소토골 정착기[7]  (0) 200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