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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정착기[9]

햇꿈둥지 2005. 5. 12. 17:13
언젠가 용인 어디쯤에서 1박2일의 일정으로
일곱 부부가 신부님 한분 모시고 긴 긴 얘기들을 나눈적이 있었다

부부살이의 문제를 발전적으로 토의 해보자는 취지인데
어찌하여
평생 장가를 가지 않고 그리하여 처자식 부양의 신고를 모르는 분을 주체적으로 끼워야 하는가?
당연히 처음부터의 진행되는 과정들을 그저 심드렁~ 일관인데
그 밤 아홉시 쯤인가?...

"부부가 서로를 성체 대하듯 하라..."는 말씀에
깜짝~
잠이 달아나 버리도록 큰 마음으로 들었다
긴 시간 다 두었다가 어찌하여 잠 쏟아지는 이 밤에 이런 충격적인 얘기를 해서 잠을 쫓는가...

그 날 이 후로
이 짧은 말 한토막이 내 안에 가장 큰 계명이 된 셈이긴 한데

이곳으로 옮겨 사는 동안
마을의 또래 부부들의 삶을 보며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며 살게 된다

동갑으로
적지 않은 수의 양계를 생업으로 하는 부부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의 사고로
열 손가락 중 두개만 남는 엄청 난 사고 이 후
부인은 습관성 알콜 중독과 심한 우울증에 빠져 들었고
그 힘든 과정의 버팀목으로 어찌 아내의 역할이 점 점 커지는 양상으로 발전해 갔었다
그런 어느 날,
항 우울제 중 신경안정제 모두를 한꺼번에 삼켜 버림으로써 스스로 자진해 버린 일이 있었다

바보 같은 사람...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는 것 임을...

이럴 때,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내 사는 산골 전체가 온통 깨어 날 기미 없는
갈색으로 느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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