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삽 한자루,

햇꿈둥지 2024. 5. 26. 04:41

 

#.
딱히 정한 일거리가 있어서 보다도
그저
뒷짐에 삽 한 자루 든 채
논과 밭을 한바퀴 둘러보는 새벽 농부의 풍경
그 상비적 자세,

#. 
요즘 그 짓을 한다.

#.
감자가 너른 잎을 펼치고
옥수수 정강이가 제법 튼실해졌고
고추가 꽃을 피우는 사이
속절없이 5월이 가고

#.
한 낮 햇볕 속에선
단내가 물씬하다

#.
뻐꾸기 소리가
뻐꾹 뻐꾹 들려야 하는데
자꾸
딸꾹 딸꾹으로 들리는 증세,
해장술을 한 잔 해야 할 것 같다.

#.
홀로의 적막에 발악을 하듯
기타 치고 노래하고...

#. 
초록으로 변한 주변 산들
연두는 또 한 겹
숲의 나이테가 되었다.

#.
딱새 한마리
개 집 주변을 종종거리며
연신 개털을 물어 나르고 있다
가장 은밀한 곳을 빌어
개털 집 한 채를 어리고
그 안에 창공을 꿈꾸는
새알 다섯 개,

#.
흐린 저녁
어둠 속에서 더욱 증폭되어 들리는 개구리 소리들,

#.
소만이 지났다.

#.
심을 것 다 심고
방창 했던 꽃들은 작은 바람에도
하염없이 꽃잎을 떨구는
늙은 오월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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