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청량한 바람에 꽃 피운 백선의 모습이
참 요염도 하다.
#.
아주 가끔
이런저런 옷가지들을 가방 가득 싣고 내려오는 아이들,
철이 지나고
유행에 맞지 않는다며 작업복으로 쓰시라는 배려?
#.
그리하여 즈이들 옷매무새는 업그레이드 하고
내 꼴은 자꾸 없그레이드 되는
천생 마당쇠 패션,
#.
늘 그랬듯이
장모님 기일을 택해 처가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아내의 살짝 들뜬 모습,
젊어서도 늙어서도
친정은 여전히
어머니로 존재하는 것인지,
#.
그러나 이제 우리 모두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셨던 등 굽은 시간 위에 얹혀사는 것,
기어이 아픈 형제가 있어
불참의 가슴 구멍을 만들어낸다.
#.
결혼 무렵에는
하염없이 덜컹이며 다녔던 비포장의
친정 가는 길은
#.
내비게이션조차 혼돈스러울 지경으로
새로운 길들이 많아졌음에도
길은 예전보다 더 밀리고 어지러웠다.
#.
도로율은 높아지되
도로 기능은 개선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발전,
#.
나는 아무래도
신호등 필요 없는
산속에서 살아야겠다.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껍데기와 알맹이 (22) | 2024.06.01 |
---|---|
삽 한자루, (24) | 2024.05.26 |
늙은 고양이를 위하여, (18) | 2024.05.02 |
봄, 강아지, (18) | 2024.03.07 |
척사(擲柶)로 척사(斥邪), (21) | 2024.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