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없그레이드,

햇꿈둥지 2024. 5. 17. 11:47

 

#.
새벽 
청량한 바람에 꽃 피운 백선의 모습이
참 요염도 하다.

#.
아주 가끔
이런저런 옷가지들을 가방 가득 싣고 내려오는 아이들,
철이 지나고
유행에 맞지 않는다며 작업복으로 쓰시라는 배려?

#.
그리하여 즈이들 옷매무새는 업그레이드 하고
내 꼴은 자꾸 없그레이드 되는
천생 마당쇠 패션,

#.
늘 그랬듯이
장모님 기일을 택해 처가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아내의 살짝 들뜬 모습,
젊어서도 늙어서도
친정은 여전히
어머니로 존재하는 것인지,

#.
그러나 이제 우리 모두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셨던 등 굽은 시간 위에 얹혀사는 것,
기어이 아픈 형제가 있어
불참의 가슴 구멍을 만들어낸다.

#.
결혼 무렵에는
하염없이 덜컹이며 다녔던 비포장의 
친정 가는 길은

#.
내비게이션조차 혼돈스러울 지경으로
새로운 길들이 많아졌음에도
길은 예전보다 더 밀리고 어지러웠다.

#.
도로율은 높아지되
도로 기능은 개선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발전,

#.
나는 아무래도
신호등 필요 없는
산속에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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