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봄 처녀 제 오시고,

햇꿈둥지 2022. 3. 19. 15:26

 

 

#.

올 듯 말 듯... 에서

그저 눈 날림 정도로 예보가 바뀌던 날

 

#.

아이들 모두

봄 농사 중 제법 힘든 일을 덜어 주겠노라고

밤 길을 달려 모였으나

 

#.

그 밤

산 골엔 폭설이 시작됐고

그 눈은

아침 이어 한낮

한 낮 이어 종일의 퍼 부음이 되었으니

 

#. 

겨우내 지지부진이던 눈을

춘분이 머잖은 날

이 겨울 남은 량의 모두를 한방에 퍼 붓기로 한 건지

 

#.

윗 밭의 사래 긴 비닐하우스가 

곧 주저앉을 듯하여

비닐을 모두 잘라 버리는 난리,

 

#.

강원도 살이 중

이런 어거지는 또 처음이다.

 

#.

저 아래의 너른 들에서

이제 막 산골을 향해 떠났노라는 봄처녀는

어느 들판에 몸 구부려 안달을 하고 있을꼬?

 

#.

하여

산골짜기 봄은

난산이다.

 

#. 

늙은 봄이 당도하여

비로소 꽃 피고

장딴지에 땀띠 솟을 때쯤

봄 온 줄 알게 될 것 같은 예감,

 

#.

몽땅의 일을 버려둔 채

비닐하우스 속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했으므로

아이들은 신나고

나는 분주하고

 

#.

이 글에

아무리 죽는소리를 한들

다녀가시는 많은 분들이

행복에 겨워...라고

귀신같은 안목으로 속내를 읽으실 터이니

 

#.

까짓것

휴일의 2박 3일쯤

행복 장아찌가 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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