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세월 변명,

햇꿈둥지 2022. 2. 15. 07:37

 

 

#.

열흘쯤의 시간 동안

여섯 권의 책을 읽었다.

 

#.

요즘 쓰기 시작한 운곡의 시구에

남은 것 이라곤

거문고 하나 책 세 권의 곤궁 뿐이라고 했는데

여섯 권 이라니...

산 중 사치로다.

 

#.

책을 읽기 위해서 보다는

겨울 끝자락의 무료를 떨쳐 내기 위해

몸부림을 하는 일,

 

#.

봄 되기 전에

아지랑이 보다 조바심이 먼저 일어선다.

 

#.

아이들과

커다란 운동장에 나가

자전거 타고 달리기를 한다.

 

#.

방아깨비처럼 가벼운 아이들 뒤에서

낡은 관절들이 고통스러우니

그저 멀어지는 아이들을 바라만 볼 수 밖에,

 

#.

일 년 중 가장 달 밝은 날,

오곡밥에 나물도

부럼도

짐짓 잊어버린 채

묵묵히 어제처럼 지내는 일,

 

#.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일러 주신 일들 조차

이제 적당히 지쳐서

나이 때문 이라고 변명을 해도 용서 될 수 있을 것 같은

세월,

 

#.

나물로 기름져야 할 저녁 밥상이

과일 한 조각

떡 한 쪽으로 가벼웠다.

 

#. 

요란하고 시끄러운 세상 소식에 귀 기울일 일 없으니

굳이

새벽 술 한잔으로 귀를 밝힐 일도 아니겠다.

 

#.

치렁한 달빛에

혹여

새벽잠을 설칠까 걱정하여

초저녁에 커튼을 쳐 두었는데

아침잠 털어 낸 뜨락에는

 

#.

간밤 구름 속 달빛의 아쉬움들이

사뿐사뿐 

눈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각자코생,  (0) 2022.02.26
착종(錯綜)  (0) 2022.02.22
코로나 사잇 길,  (0) 2022.02.07
방학놀이,  (0) 2022.01.23
겨울 평론,  (0) 202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