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화양연화(花樣年華)

햇꿈둥지 2022. 4. 2. 17:14

 

#.

3월의 서른 하루가

추웠다가 풀렸다가,

맑았다가 눈, 비 오다가... 를 뒤섞어

바쁘게 혼란스럽더니

 

#.

4월이 되었다.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해도

다 용서 된다는 만우절,

 

#.

그리하여 

진실한 거짓말 1인분쯤 엮어 볼까 했었는데

오늘은 거룩하게도

아내의 생일이었으므로

참기로 했다.

 

#.

어떻게 모의 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올 생일엔

며느리와 아들이

사위와 딸이

각자의 획기적 구상과 조리법을 동원하여

한 끼씩의 식사를 준비 하기로 했다는 거다.

 

#.

그동안 얻어먹기만 했으므로

보은적 차원에서

고로케 하기로 했다는 거시다.

 

#.

물론 

밥상이 차려지기 까지의 모든 과정은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된다는 것,

 

#.

하여 나는

기꺼이 깍두기가 되어

뒷 밭 냉이와 달래와 씀바귀를 캐어

하이브리드 연두 반찬 딱 하나를

만들기로 했다.

 

#.

너무 컨츄리 한가?

 

#.

그리하고도

작은 비닐하우스를 곱게 갈아

코딱지만큼의 면적에

아이들 각자의 이름표를 만들어 준 뒤

여기는 누가 언제 무얼 심었노라고 써 주기로 했는데

 

#.

여섯살 정환이는

상추를 심어서

그 중에 반은

유치원 여자 친구인 가을이를 주겠다는 것

 

#.

뭐 그렇다 치고

장차

풀은 누가 뽑고

물은 누가 주나?

 

#.

그렇더라도

아이들

깔 깔 깔

꽃잎처럼 웃고 떠들어서

바람 부드럽고 햇볕 아름답던

한 낮,

 

#.

내 평생에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간,

화양연화 라오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망을 낭만으로,  (0) 2022.04.22
세상 연두,  (0) 2022.04.13
3월 잡설,  (0) 2022.03.27
봄 처녀 제 오시고,  (0) 2022.03.19
각자코생,  (0) 202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