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3월 잡설,

햇꿈둥지 2022. 3. 27. 05:29

 

 

#. 

저녁 굶기를 한 달여쯤

속과 몸이 헐러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 

이 나이쯤에

풍선 하나를 안고 다니는 것 같은 몸매

어쩐지 무책임해 보인다.

 

#.

밤새 하고도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

눈도 오고

비도 오고

풀린 듯하다가 다시 추운 거

그러다가 슬그머니 봄이 오는 거

다 자연의 이치이다.

 

#.

배고픈 이에게 

한꺼번에 왕창 먹이면 탈 나는 거 처럼

눈 빠지게 봄 기다리던 이들에게

어느 날 왕창 봄 몰아주면

탈 나기 때문이라는 거다.

 

#.

그래서 오늘 비 끝에

다시 소슬하게 추운 거

즐겁게 견디기로 했다.

 

#.

이 비 속에

늙은 형님이 전화해서는

부모님 선영을 둘러봐야 한다는 거다

비 오는 날

세상에 있지 아니한 엄마 아버지 생각하는 거

청개구리나 할 일이다.

 

#.

볕 바른 자리에

우선 참나물이 일어서고

순서 없이

온갖 풀들이 일어설 기세이다.

 

#.

머리채 휘잡아

싸울 일만 남았다.

 

#. 

아내가 밤 늦도록 들어가 사는

티비가 고장났다고

무슨 무슨 장치를 새로 했다는데

말로써 말 많은 세상

말로써 껐다 켰다 하는

말로 되는 기계를 매 달아 놓고

신기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

서가의 책 몽땅 팔아서

말 한마리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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