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살자고 작정한 사람 피부가 어찌 그리 야물지 못하냐?"
지난 주 잠시 먼산 발걸음을 했던 것이 화근이 되어 바른쪽 팔뚝에 풀독이 올라 고생하는 내게 대한 아내의 지청구 이다
한두번이 아니니 겪는 나도 그러려니와 옆에서 보는 아내의 심정 또한 쾌청 할 리 없음은 알겠는데
이게 도대체 방법이 없다
ㅁ. 총각 시절
모 처럼 집을 찾아 늦은 시간에 골목 어귀를 들어서면 흐린 불빛 아래 반쯤은 졸음을 채우고 계시던 어머니는 늘 말씀 하셨었다
"골목에 들어서는 발소리만 들어도 넌 줄 안다..."
귀신 같구나...
ㅁ. 신혼 시절
늦은 퇴근 시간에 빈차 가득 삶의 무게를 얹고 아파트 주차장엘 들어 서서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면 눈꺼풀 가득 잠을 얹고 있던 아내가 말 했었다
"차 소리만 들어도 당신인 줄 알아요"
귀신 같은 고부...
어쨌거나
어머니 살아실제 영험 하기가 이러하셨고
돌아 가신지 어언 십수년이 지났으니 아들놈 살이가 이러함을 익히 아셔서 눈치껏 귀신 같이 A/S를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이 또한 철딱서니 없는 바람이라...
발단은 이랬다
마당가에 제멋대로 생겨 먹은 바윗덩이 몇개를 개념 없이 늘어 놓고는
맹숭 맹숭 흔들 흔들 늴늬리 맘보의 시간을 죽이다가
봄볕 고운 날 부터 시내 꽃가게를 기웃거리다 보니 이런 저런 야생화도 탐이 나지만 저 먼 계곡 어딘가에 발에 밟히도록 널린 바위손도 팔고 있는지라
까짓거~
어느 하루 바람처럼 가서 마음대로 퍼 오리라...
이리하여 엄둔계곡엘 들었고 바위 틈새에 어우러 더우러진 실한 놈들을 마음껏 퍼 옮겨 나오던 중,
길가에 버려지듯 피어 있는 매발톱 꽃을 보게 된 지라
난지도에서 산삼을 본듯
엄동설한에 화로 끌어안듯
전후 좌우 물불을 가리지 않고 풀숲을 헤쳐 이놈을 얻으니 그 미쁜 마음이 하늘에 닿더라...
지난 해 장날 한뿌리를 구 하는데 오천원을 들였으니 범부의 서툰 계산으로도 오늘 하루 보람 있을 뿐더러
평소 꽃 욕심이 지대한 마누라 에게도 면목,생색 있는 일 이로다
스스로 대견함이 도랑 치고 가재 잡은 일에 비기랴...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날 부터 시작 되었다
바른쪽 팔뚝이 근지럽기 시작 하더니 발진에 수포에
결국은 피부과를 찾아 오늘로 삼일째 주사 맞고 약 먹고...
도랑 물 값에 얹어
가재 값도 물고 있는 건가?
그것 참~
그래두 어쨌든
내 뜰로 자리를 옮겨 곱게 고개 숙여 피어 있는 꽃 한송이에
그저 마음 그윽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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