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오월 풍경. 1

햇꿈둥지 2007. 5. 10. 08:40

 

 

#.

밭둑 언저리에서 바람보다 빠르게 풀숲으로 숨어 버리던 뱀 한마리를 만나고

뒷산 헐렁했던 능선이 초록으로 포동하게 채워지고

너른 밭을 몽땅 종구씨 등에 얹어 버리고

기웃 기웃

마당가를 넘보며 민들레며 왕고들빼기를 캐어 먹는 동안

마당가 나무들은 의젓하게 제 그늘을 거느리더니만

여문 달빛이 라일락 향기에 흔들거리던 날

 

치악 뜨락에 오월이 도착 했다

 

 

#.

출생은 어느 부화장 이라 했고

사람과 인연을 맺은 곳은 도시의 문방구 앞 햇볕 좋은 구석 이었으며

아이의 손때 묻은 500원 짜리 동전 하나와 맞바꾸는 절차 이행 끝에

도회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유년을 보냈다고 했다

솜털을 벗어 던지고 대갈빡에 벼슬이 돋을 무렵 성별이 감지 됐으며

이때부터 천방지축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하여

치악산 속으로 유배되고 사각의 틀 안에 위리 되었었다

"올드보이"라는 영화의 내용이 그랬다던가?

우리를 탈출한 이놈은 주변에 매인 개들의 사냥감이 되든가 아니면 개 옆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던 종래의 방식을 뒤 엎어 버려서

복수심 이글 거리는 이단 옆차기는 물론

목털을 세우고 개들의 연약한 코끝을 쪼아 주어 일찌감치 선도 제압 했음에 더해 누렁이 코코의 집을 점령 해 버린 만행과 함께

제 모이를 주려 접근하는 마누라에게 까지 앙칼진 무력을 행사 하므로써

굶든지 지랄을 하든지 놓아 기르게 되었는데

어젯 저녘

집 오름 길을 오르다 보니 또 마누라에게 무력 대항 하는 요놈을 목도한지라

차에서 내릴 것도 없이 들이 밀었더니

이런 우라질

차 한테도 이단 옆차기를 날리며 덤비더라...

 

아무래도

물 끓이고 칼 갈아야겠다

 

임자 있는 여자에게 덤비면 결말이 어떻다는걸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

어제 늦은 시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순백으로 포동했던 산사나무 꽃잎 하염없이 떨어져서

오월 하고도

열흘의 날들이 얼룩 덜룩 바둑이 모양으로 지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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