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오월 속의 여름

햇꿈둥지 2007. 5. 28. 12:30

 

 

 

 

#.

 

모 처럼의 휴일 새볔

늦잠을 자 보리라 독하게 마음 먹고 뭉개는 중인데

미명의 신새볔에 산중을 흔드는 요란한 개 짖음 소리...

 

산짐승이 하산을 했나?

 

자리를 털고 뜨락에 나서 보니

애완견인 누렁이와 바둑이 코코를 제압한 서슬로

진도견인 장군이 집앞까지 나와바리를 넓히려던 쌈닭이 드디어 임자를 만났지...

장군이 집앞에 닭털만 무수히 뽑혀 있고 닭은 보이지 않는다

 

죽었나?

 

이 녀석 말썽을 더는 보지 않을테니 시원도 하고

내 입에 넣지 못 했으니 섭섭도 한데

 

해가 중천에 오른 한낮에 보니

꽁지털 몽땅 빠진 이노무 쌈닭

누렁이 코코 집안에서 꼼짝 않고 있더라

 

목숨이 저리 질기니 고긴들 얼마나 질기겠어...

 

 

#.

 

햇살이 퍼지는 시간부터

온 몸에 쏟아지는 햇빛의 량은 고스란히 땀방울이 되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몸뚱이 전체가 뜨거운 열기를 동반한 진공의 상태에 빠지는듯 하다

일을 하는 시간보다

뜰밑 샘물에 몸을 적시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렇게 그늘에 앉아 있다 보면 산 계곡 계곡에 구성진 뻐꾸기 소리...

돌아가신 종국이 할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참깨는 말여~ 저렇게 뻐꾸기 울 때 싱구면 되는거여~"

 

맛대가리 없는 사람의 시간이 아니라 

바람과 새들이 알려 주는

 

때,

 

 

#.

 

영월 서강 언저리에 일찌감치 600평 땅을 구해두고 주말이면 안양에서 왕복달리기를 하며 아주 성실하게 온밭을 풀밭으로 만들어내는 얼치기 농사꾼이 하나 있다.

 

지나 내나...의 이론 속에는

그 땅에 눌러 살면서도 즤 밭꼴 버금가게 풀밭을 만들어 내는 나를 빗대어 놀려 먹고자 하는 수작이 다분함에도 입사 동기로 젊은 한세월을 동고동락 했으니 미운 정 보다는 고운 정이 더 깊다.

 

"컨텔"이라는 그의 고상한 표현을 뒤집어

나는 감히 "깡통"으로 불러 주고 있는데 그의 녹슨 깡통 속으로 무려 일곱명의 불청객들이 몰려 닥쳤단다

안양 근무 시절 주경야음으로 술을 처먹어 대던 친구들이니

신새볔 얼굴이나 보고와야 겠다 나선 길이 막상 도착해서 보니

간밤의 작취로 그 시간까지 인사 불성이라

문 밖에 칠하다 만 페인트 통의 붓을 들어 "영안실"이라고 써 놓고는 되돌아 선 길

 

주천을 돌아

법흥계곡을 돌아

흥정계곡도 잠시 둘러 보고

서마니 강 옆을 허위 허위 돌아드는 길인데

아무리 이른 더위 라고는 해도 아직 오월 이건만

물가에 적지않은 텐트들,

아예 물속에 들어 앉은 사람들...

 

수상한 계절 탓이랴...

 

오월 속에서 철없는여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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