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다시 일상으로

햇꿈둥지 2007. 5. 21. 08:29

 

강원도를 지나고

충청북도를 지나

경기도를 잠시 거치고

허위 허위 충청남도에 이르러서야 목적지가 정해지는

장장 1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왕복 달리기 해야 하는 갑작스런 일들을

일주일 동안 치뤄 냈습니다

 

교육인지

고육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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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12년 만에

농사를 포기 하기로 했다

시골에 제땅 가지고 있는 누구든지 같은 마음 이겠지만

힘에 부친다고 땅 노는 꼴을 그저 보고만 있을 사람 하나나 있을까?

농사를 통해 수익을 얻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으니 이쪽으로의 망설임은 조금도 없었으나

무농약 농사 라는게 맘 먹기 뿐이지 매년 풀밭으로 매듭 되어지는 꼴로는

마을 사람들에게 송구한 일,

다행히 어려운 일을 떠 맡아 준 종구씨 부부에게 잠시 짐을 떠 맡기기로 했다

 

그러고는 한다는 일이

손바닥만한 현관 빈터를 다듬고 골라 야생화를 심었다

 

 

농삿일에 지친 문제도 그러려니와

사실은 12년 어설픈 농사꾼 흉내를 내는 동안 저 아래 도회 거리에서는 갑작스럽게 웰빙이란 용어가 등장 했으며 이의 열풍은 가히 전염병적으로 사람들에게 옮겨져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이 나라 방방곡곡에서 주술처럼 횡행하기 시작 했다

 

세상은 일정한 주기를 두고 어딘가로 조류처럼 움직이고 있다

자동

자동

오토매틱이 신앙처럼 추앙 되는가 하면

손빨래

손세차

손자장면...처럼 회귀한 방식들이 같은 정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잠깐

낮동안의 티븨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음식을 주제로 한 내용들 중에 된장찌게나 김치찌게 등 등의 전통 음식은 하나도 찾아 볼 수가 없고 웰빙인지 짬봉인지 퓨전인지 듣도 보도 못한 음식 이름이 난무하고 있었음에도

그 속알맹이에는 어김없이 유기농 원재료 자연산 원재료가 강조 되고 있었다

 

외국 종묘상에서 매년 돈 주고 사야 하는 씨앗

농약

비료...

 

다 버리고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걸 얻어 먹자

 

이에 대한 방안으로

부랴 부랴 만든 것이 샘가에 손바닥 만한 돌미나리 밭 이다 

 

이제부터

재배되고 조장된 식품이 아닌

이 땅에서 제 힘으로 자란 건강한 먹거리들을 뻔뻔스럽게 얻어 먹을 작정이다 

  

 

그리하여

시간 널널하게 남아 도니 이렇게 저렇게 예쁜 꽃이나 심고 가꾸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 입을 모아

"추억 쌓기"라 이름 지은 콧구멍만한 밭뙈기에 상추며 푸성귀를 소꿉장난 처럼 심기도 했고

그러구러

종구씨의 배려(?)로

남의 땅인 내 땅 한 구석을 빌어

고춧모를 이백여개 심고 토마토와 가지를 심고...

이것 저것

선택의 기준은 풍,흉이나 토질의 적합성과는 관계없이

 

어느 것이 멧돼지의 공격을 피 할 수 있을까?...하는

현실적 선택지에 의한 것들 이었다 

 

 

 

포동하게 살 오른

오월의 초록 그늘 아래서 막걸리도 때려 가며

 

 

 

뜨락에 지천인 꽃 향기 겹겹이 밀려 오니

술잔에 근심 고일 새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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