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도적질

햇꿈둥지 2007. 7. 18. 13:22

 

 

 

 

도시를 떠나

비로소 몸뚱이 움직여야 뭔가 사는 맛이 나는 거라는 걸

길바닥 나선 달팽이 처럼 깨우치던 날

야바위 다름없는 지난 날들을 이제 제법 청정하게 씻어 본다고

땅 갈아 씨 뿌리고 손톱 빠지도록 풀도 뽑다가

제기럴

농가 월력에는 일요일도 공휴일도 없으니

본래 자연이란 것에는 휴일이 없더라

뒤집어진 나뭇 그늘 아래

나 또한 뒤집어지면 그만이지

 

장사하는 마음으로 키운 남새가 무어 그리 피가 되고 살이 되랴

의붓자식 염병 구경하듯

건성 건성 건들 건들 돌아치다 보니

그래도 

이슬 모아

햇빛 모아 살이 되더라고

제법 오이가 되고 고추가 되고 토마토가 되어 주렁 주렁인데

한밤중 남의 집 담을 넘는 양상군자 처럼

살금살금 풀 밭을 헤쳐 이놈 저놈 살 오른 놈들을 품안 가득 들어 내고 마니

이게 무슨 농사여

 

도적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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