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너는 이제 굴뚝새

햇꿈둥지 2007. 7. 24. 09:05

 

 

 

노곤한 봄 햇살 퍼지기를 기다려 초짜배기 촌 부부는 산 속에 집을 지었댄다

뚝딱 뚝딱 망치로 못 박고

한눈 찔끔 감아 직선 직각도 맞추어

봄 시절 한나절이 허기로 채워질 때 까지

나무 쌓고 흙 바르고...

 

그 때쯤 산속 새 들도 새 집이 필요해서

뚝딱 뚝딱 망치로 못 박지 않고도

한눈 찔끔 감아 직선 직각 맞출 필요 없는 것들로

봄 시절 한나절을 바람으로 채워가며

고운 입으로 삭정이 엮어 엮어...

 

올 봄에 딱새 부부가 집을 지었는데

하필이면 나무 쌓고 흙 발라 벽 세운 뒤

난로 굴뚝 뽑아 놓은 속에다 동그마니 예쁘게도 지었댄다

 

시골살이 어줍잖은 촌부부는 어디가 덜 떨어졌는지

봄 지난 복중에도 궂은 날이면 난로를 피워야 하겠다는데

그 난로 불 길 연기 길을 주둥이 노란 산새들이 차지하고 앉아 있으니

오두마니 연통 끝을 바라보며 산 중 세월만 세고 있더라

 

어느 바람 맑은 날

비로소 허공을 의지하고 날아 오른 새

본래의 이름이야 어찌 되었든

굴뚝 속에서 깨어나 날개의 힘을 얻었으니

이제부터는 굴뚝새 라고

 

치악산 신령님과 꼼수 장기나 둔다는 건달 하나

거나하게 취해서 땡초 염불하듯 헛소리만 읊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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