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초록 공룡

햇꿈둥지 2007. 7. 13. 11:32

 

 

#.

새우깡 하나(이등병)를 삐딱하게 달고 제법 군복으로 폼을 잡은 아들 녀석 면회를 다녀 왔다

이것 저것 음식 장만에 심혈을 쏟았음에도 아이들은 핏자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왔다 갔다의 경비

음식 장만 비용

핏자며 피씨방 출입 비용

용돈...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면회도 어렵겠다

 

한 아이 면회에 동원된 많은 차량, 사람들...

땡볕 아래에서 긴 시간을 마중하여 일일히 부대 안으로 안내하던 중대장...못 해 먹을 일 이겠다...

화장실에는 비데가 있다 하고

강의 시간에는 덥다고 에어컨 틀어준다 하고...

 

보이 스카웃 야영 훈련 보다도 낫겠다...

 

 

#.

 

칠월은

거대한 초록 공룡 이었다

 

징검 징검 비가 내리면서 푹신하고 촉촉해진 땅의 틈새를 비집어

풀들은 마음 놓고 산발하기 시작해서

밭인지 둑인지 마당인지 길인지...

 

그런 중에도 실한 고추들이 탱글 탱글 약오르기 시작 했는데

문제는 고추밭에 이르는 길을 이미 풀들이 점령해 버렸다는 사실,

밀림으로 변해버린 그 길을 양양하게 헤쳐 들어가기에는 어쩐지 복병처럼 또아리 틀고 있을 뱀이 지레 걱정 되어 들어가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

예취기 라도 왕 왕 돌려 풀밭의 길을 뚫어 내야 하는데 또 비가 온다는 예보가 빗발치고 있다는 사실,

쉬는 날인 이번 주에는 저어기~ 홍천 어느 골짜구니에서 천렵을 하기 위해 모여야 한다는 사실,

풀을 베는일 보다는 천렵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는 사실,

 

스스로 위로 하기를

처서가 지나면 풀들도 자라기를 멈춘다더라...

 

그러니까

처서가

처서가

하나, 둘, 셋, 넷...

한달 열흘쯤 남았구만...

 

그 까짓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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