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의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 아이와 생일 맞으신 형수를 위해 도시를 다녀 왔습니다
치악 능선이 장마 머리에 무겁게 젖어 있는 날,
토마토와 오이 넝쿨을 줄 띄워 잡아 주고 이런 저런 일들로 흘린 땀 씻을새 없이 집을 나섭니다
해 넘어가니 집에를 들고
밤이 되니 잠을 자고...이런 일상의 기준 이거나
방학이니 학교를 쉬고...따위의 당연한 내 시대 기준은 이제 다 깨져 버린건지
한 밤중에도 올빼미 처럼 돌아 다녀야 하는 아이들
방학을 하고 나니 책 보따리 싸 들고 학교 도서관으로 들어 가는 놈,
참 알수 없는 시대...
깨진 항아리 이거니
손때 묻혀 정들인 세월이 짧지 않으니...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물기 많아야 산다는 녀석들을 구해다가 옹기종기 심어 놓았습니다
당초
담겨 있던 소류지의 물을 삼일 동안 빼어낸 끝에 구해 들인 수련 입니다
왼갖 정성을 담아 옮겨 심었는데도 너른 잎들은 떼어 버릴 수 밖에 없어서
그릇에 담긴 물보다 더 무거운 근심을 하게 하더니
새 잎이 돋고
꽃망울을 띄우고...
산 중에 연꽃이라...
호사를 합니다
하룻 밤
하루낮을 돌아 쳐 뜨락엘 올라서니
빗속에서도 태양 닮은 앵두들이 포동 합니다
눈 호사를 이 만큼 했으니...
제풀에 떨어져 버릴 때 까지 손대지 말자...했지요
생각해 보면 참 바보스럽습니다
봄 이면 꽃집을 드나들며 이런 저런 들꽃들을 사다 심는 것 외에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자태 고운 꽃들을 옮겨 심기도 했었는데
왼갖 들풀 헝클어진 뜰 앞에 이런 야생화가 스스로 꽃을 피웠습니다
까치 수염 이라고 한다는데
자연이 어디 사람의 기준에 맞추고자 존재 하는가?
자연은 사람에게 뿐만이 아니라
모든것들 에도 그저 무관심 할 뿐이니
저 꽃에 굳이 이름을 붙일 이유도 없겠지요
밤새 내린 비로 마당가 풀잎들은 맘껏 푸르러져서
풀잎 끝 영롱한 물방울 속마다 도립해 매달려 있는 푸른 치악...
유월은 스므사흩날을 건너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