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비 개인 오후

햇꿈둥지 2007. 6. 25. 04:48

 

오랜 기간의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 아이와 생일 맞으신 형수를 위해 도시를 다녀 왔습니다

 

치악 능선이 장마 머리에 무겁게 젖어 있는 날,

토마토와 오이 넝쿨을 줄 띄워 잡아 주고 이런 저런 일들로 흘린 땀 씻을새 없이 집을 나섭니다

 

해 넘어가니 집에를 들고

밤이 되니 잠을 자고...이런 일상의 기준 이거나

방학이니 학교를 쉬고...따위의 당연한 내 시대 기준은 이제 다 깨져 버린건지

한 밤중에도 올빼미 처럼 돌아 다녀야 하는 아이들

방학을 하고 나니 책 보따리 싸 들고 학교 도서관으로 들어 가는 놈,

 

참 알수 없는 시대...

 

 

깨진 항아리 이거니

손때 묻혀 정들인 세월이 짧지 않으니...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물기 많아야 산다는 녀석들을 구해다가 옹기종기 심어 놓았습니다

 

 

당초

담겨 있던 소류지의 물을 삼일 동안 빼어낸 끝에 구해 들인 수련 입니다

왼갖 정성을 담아 옮겨 심었는데도 너른 잎들은 떼어 버릴 수 밖에 없어서

그릇에 담긴 물보다 더 무거운 근심을 하게 하더니

새 잎이 돋고

꽃망울을 띄우고...

 

산 중에 연꽃이라...

호사를 합니다

   

 

 

하룻 밤

하루낮을 돌아 쳐 뜨락엘 올라서니

빗속에서도 태양 닮은 앵두들이 포동 합니다

 

눈 호사를 이 만큼 했으니...

제풀에 떨어져 버릴 때 까지 손대지 말자...했지요

 

 

 

생각해 보면 참 바보스럽습니다

봄 이면 꽃집을 드나들며 이런 저런 들꽃들을 사다 심는 것 외에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자태 고운 꽃들을 옮겨 심기도 했었는데

왼갖 들풀 헝클어진 뜰 앞에 이런 야생화가 스스로 꽃을 피웠습니다

 

까치 수염 이라고 한다는데

자연이 어디 사람의 기준에 맞추고자 존재 하는가?

자연은 사람에게 뿐만이 아니라

모든것들 에도 그저 무관심 할 뿐이니

저 꽃에 굳이 이름을 붙일 이유도 없겠지요

 

 

 

밤새 내린 비로 마당가 풀잎들은 맘껏 푸르러져서

풀잎 끝 영롱한 물방울 속마다 도립해 매달려 있는 푸른 치악...

 

유월은 스므사흩날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록 공룡  (0) 2007.07.13
사랑도 깊으면 병인 것을...  (0) 2007.06.27
단오  (0) 2007.06.20
바람이 되고 싶다  (0) 2007.06.19
밭 절로 나 절로  (0) 2007.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