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단오

햇꿈둥지 2007. 6. 20. 08:07

 

 

신림3리 금옥동은

원래 쇠옥골이라 했었는데 �국놈 글을 빌어다가 찢어 발리고 떼어 발려서 글 같지 않은 글을 만든 일본놈들이 그중에 한문 자랑을 하느라고 금옥동(金玉洞)이라고 했다는거야

어쨌든 치악산 옆구리의 한 골짜구니인 이 쇠옥골에는 또 다른 잔챙이 골짜구니들이 있어서

저 우에 골짜구니는 웃새골,

한낮에도 멧돼지 어슬렁 마실을 다니는 외랑골,

농사는 개떡에 술 마시는 일은 찰떡으로 살아가는 이 건달의 소토골,

마누라 튀어 버린 뒤에 재주도 좋지...새 마누라 들인 후로 밤이고 낮이고 문밖 출입이 줄어든 그 누구라더라?...어쨌든 이 동네 제일 재줏꾼이 살고 있는  벗나무떼기...

뭐 요렇게 예쁘고 고운 이름들이 다아~ 있는거야

그 중

마을 한가운데 기품있는 노송 우아하고 늙다리 느티나무 의젓한 품으로 서 있는 곳에 마을회관이 떠억허니 있어서 뙤약볕 아래 등가죽 벗겨지도록 호맹이질을 해 대다가...대다가 목구녕에서 단내가 치 받으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술도 한잔 때리고 고스톱도 한판 때리고 집 나간 누구누구도 잘근잘근 씹어대고 이런다는거야

어제는 단오였대나

마을 아줌씨들의 평균 연령이 진작에 고려장 선을 넘어 버렸으니 땡볕에 헝클어지고 바람에 세어 버린 그노무 머릿결을 창폿물에 감기를 하겠어 어쩌겠어 더더구나 이미 굽어 버린 허리로야 또 무슨 수로 그네를 구를 수 있겠어

그냥

니나 내나 남자나 여자나...죄다 모여 가지구 돼지 잡아 지글 지글 굽고 닭 잡아 오동통 끓여서 딥따리 쐬주나 한잔씩 걸판지게 때리면 되는거야

그 자리를 빌어 모처럼 동갑내기 해식이 영락이와  밤 늦도록 권커니 잣커니...

동네 알부자인 해식이의 푸념 으로는

"갑작스런 더위에 닭들 알 낳는 것이 시원찮다"

술이 취하든 안 취하든 내 얘기야 항상 이타령 이지만

"거 진공청소기루다가 닭똥구멍을 쪽 빨아 내 보면 어때?"

그래두

이딴 얘기들 이거니 그저 시골살이 고달픔을 헛웃음으로 덮어 버릴 수 있으니 그만이다

 

흔들 흔들 밤 길을 오르다가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풍기가 생겼는지...

 

달도 흔들

별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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