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유월의 뜨락

햇꿈둥지 2007. 6. 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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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 하고도 열다섯날이 지났을 뿐인데

해 뜨고 이슬 마르기 무섭게 햇살들은 예리한 유릿 조각처럼 등짝이며 팔등에 쏟아져 내리기 시작 했다

무너지며 통째로 구거에 처박힌 석회 포대를 옮기겠노라고 어슬렁 일을 벌이고 보니

포대 종이는 몇년의 빗물 이슬을 몽땅 가슴으로 끌어 안아 눅지고 터져 있을 뿐더러

안에 담긴 석회마져 푸실 푸실 쏟아져 내리니 땀은 비 오듯 하는데 별 성과가 없다

체인 블럭을 걸어 밑에 깔린 판들을 빼어낸 뒤에도 한동안 삽질...

 

흐르는 땀을 닦느라 잠시 쉬는 동안 구거 위 산 비탈을 보니

포동하게 여문 산딸기가 지천이라

 

삽질 한번 하고

산딸기 하나 따 먹고...

 

태양의 맛

바람의 맛

 

 

#.

 

그 녀석들은 "투어"라고 했지만

맞이하고 대접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눈튀어 나올 일이 분명해 보인다

 

기숙사에서 꼴리는대로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딸녀석의 빈둥빈둥메이트 세녀석이 각각의 집을 거점으로 하여

순회 방문을 시작 했고

이틀은 양평에서

또 몇일은 이곳 원주에서

그리고 마지막 몇날은 부산까지...

 

먹는 것 돈 안 들이기

용돈 걱정 하나 안 하기

주변을 맘 놓고 돌아 보기

잠자리 걱정 안 해도 되기

먹고 싶은 것은 옵션으로 주문해 놓고 때론 에미 애비 호응도에 대해 혹평하기

 

그리고 스스로는

이 모든 비행을 효행으로 자화자찬 하기

 

에혀~

 

 

#.

 

뿌리고 가꾸지 않았음에도

집 둘레에는

온갖 것 들이 꽃 피우고 우거지기 시작 했다

 

뻐꾸기 겹으로 울고

산새 소리 지천이니

바람 없어도 가슴 깊이까지 청량하다

 

적도에 잠행하는 용병처럼

햇볕 뜨거운 낮 동안에는 꼼짝 않고 집안에 누워 있어야 했다

 

고개 넘어 계곡가에 길게 늘어 선 차량들

계곡엘 들어서면 삼겹살 화려강산,

 

새마을 사업 만큼이나 일체적이고 전국민적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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