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꽃 지고 꽃 피고

햇꿈둥지 2007. 6. 14. 09:21

 

 

#.

꽃 피고

꽃 지고

흰색 이었다가

약간은 햇살의 속살빛을 닮은 붉은 색 이었다가...

갈색으로 무겁게 누워 있는 저 흙속 어디에 이 처럼 고운 색깔들이 숨어 있었을까?

유월이 열사흘로 들어서던 날,

창밖엔 단비 내리고

그 비 속에서 장미 한송이 피어나길래

기어이 창가에 술상 차려 일배 우 일배...

 

뜨락은 비에 젓고

가슴은 술에 젓고

이쯤이면

굳이 도를 알아야 신선을 알아 볼라구?

 

#.

서툴지만

두 발 걸음을 시작한 쌍둥이들이 다녀가고

그 바람에 얹혀 딸녀석 까지 묻어서 떠나 버리고

둘 이었다가

혹은 바람 같은 사람의 난장에 휩싸이기도 하다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오로지

둘만이 만들고 보존 할 수 있는 소소한 분위기가

자꾸 표풍의 맴돌기를 하고

문득 문득 사람이 그리워지는 병증.

 

팔 벌려 끌어 안을 수도

등 돌려 떼어 버릴 수도 없는 사람의 일들...

 

#.

이제 곧 장마가 시작 될 것 이라고

티�는 연일 같은 나발을 불어 전국민을 쫄게 하고 있었다

고추밭에 지줏대를 세워야 하고

집 오름 길 배수로를 손질해야 하고

윗 밭 구거에 쳐 박혀있는 석회포대를 옮겨 주어야 하고

집 둘레 배수로를 손 봐야 하겠고

 

몸 움직여야 될 일들을 

탱자 탱자 누운채로 천장만 멀뚱 거리고 있다

장마?

아직도 제 뜻 대로 살아 있는 단어인가?

 

국지성호우 라든지

단시간 폭우 라든지

기상 이변에 의한 물폭탄 이라든지...

하늘만 쳐다 보며 이따위 신종 용어들을 만들어 내기 바쁜 사람의 세상

 

사람의 일로는 재해가 되겠지만

자연의 일로는 복구가 되는 일,

 

자연 속에서 사람이 하는 짓거리는

늘 결과가 아닌 원인으로 작용 한다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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