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밭 절로 나 절로

햇꿈둥지 2007. 6. 18. 08:51

 

#.

 

흔하면 천하다의 등식 때문일까?

대,소의 차이일 뿐 생김새에서는 별반 차이를 확인 할 수 없건만

마가렛은 가꾸어지고

망초꽃은 버려져 있거나

만약에 자리 잡은 곳이 밭고랑 이라면 벌써 뿌리채 뽑혀 버렸을 일,

 

뜨락에 포동하던 돋나물은

더워지는 유월 태양에 팔벌려 꽃을 피웠다

 

뙤약볕 아래

모두들 숨 죽인 채 정지해 있는듯 보여도

이렇게 바람결 같은 흐름이 있다

 

자연...이라고 한다

 

 

#.

 

벼르기 삼년에

일 벌리고 삼년 이라지...

 

농사일을 줄인다고 줄였으나 작든 크든 갈고 씨 뿌려야 하는일,

거기에 더해 풀 뽑아 주고 줄 매 주고...해야 하는 일은 매양 같은 것 이건만

심어 놓고 열흘이 지나도록 엄벙덤벙 날짜만 보내다 보니 밭고랑 마다 어욱새 더욱새...잡초 지천이다

꼬뱅이가 얼얼 하도록 밭고랑을 기며

바랭이

개비름

한삼덩쿨

이식 후에 뿌리를 내렸다고 잡초만큼 요란하게 곁가지를 올린 고춧대를 다듬어 주고

버팀대 쾅 쾅 박아주고 나니 삼복 더위에 버금가는 열기

땀...

 

밭에 심겨진 소채들은 주인 발자욱 소리로도 큰다더라만...

 

 

#.

 

열 받았다고 하던가?

아님

발바닥에 땀 났다고 하던가...

 

손 끝 아림 중에도 제법 일에 재미가 들었다 싶은데

늦은 아침 상을 물린 조카 아이들이 밭고랑으로 올라 섰다

 

"금방 끝내고 내려 갈테니 밭에는 들어 오지 말아라..." 성화에도 아랑곳 없이 들어 서서 하는 일을 보니

그노무 개비름이 가꾸어지는 놈 인 줄 아는게야...

엉금 엉금 지쳐간 자리마다 요놈들만 소복히 남아 있는지라

더듬 더듬 눈치 봐 가며 다시 뽑아 내기의 겹일

 

내 마음대로 한번이면 될 일을 두번 세번 하게 되니

아예

이제 그만 됐으니 내려 가자

 

등 떠밀어 밭고랑 내려 서는 길

 

오이며

가지

토마토...

이녀석들 지줏대는 천상 다음 주에나 해 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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