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이라고
마을회관 무쇠솥이 흰김을 뿜어대고
어슬렁 모인 사람들 술추렴이 거나한데
초록에 갇혀 버린 칠월 한 구석을 들추어
늙어빠진 오이 몇개를 얻었습니다
깎고 저며서
지지난해 묵은 고추장에 썩썩 비벼
아내와 함께 볼이 미어지도록 이남박을 긁습니다
더럽게 고되고 매운 세상
내 안에 꼭 꼭 재워 놓자고
착한 흙속에서 독기 담은 오신채 듬뿍 다져 넣어
눈물도 찔끔 섞어가며
꾸역 꾸역
중복의 더운 시간들을 먹어 치웠습니다
그까짓 보신이야 되든 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