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대동계

햇꿈둥지 2005. 12. 16. 12:01

한문으로는 大同으로 쓰니

마을 전체가 하나가 되자는 얘기쯤으로 이해가 된다

마을 이장을 새로 뽑거나

이장을 도와 마을 허드렛 일 정도를 맡아주는 반장도 새로 뽑고

다음 해 봄 부터 시작되는 품앗이의 품값을 새로이 조정 하거나 

이런 저런 마을 일,

영농 정보를 포함해서 은근히 모여 앉은 몇몇은 거나해진 술 힘을 빌어 누구의 험덤을 늘어 놓거나 숨 죽인 깔깔 거림으로 큰 하나에서 또 다른 하나를 만들어 내는 귀여운(?)음모를 꿈 꾸기도 하는 자리

시골 이라는 것이 특별한 직위가 있을리 없으니

당연히 나이 순으로 서열이 정 해지고 그것에 의해 각자의 위치가 보존되고 있다

 

퇴근 길을 서둘었건만

낮부터 시작된 행사는 이미 파장이 되어 있었고

경로당의 술 몇병을 사전 허락 없이 마신 전 이장이 한바탕 일방적인 질책을 당한 분풀이 자리에 끼게 되었다

 

사람도 자기 발화하는 것인지...

 

나와 새마을지도자인 해식이까지를 "우리 젊은 놈"으로 묶음을 정한 영락이의 눈빛에선 동조의 선동과 함께 이미 자리를 떠난 경로회원들에 대한 성토와 지탄이 쏟아지고 있었다

해식이의 원색적인 육두문자 추임새에 고무된 영락이는 말없이 듣기만 하는 내게 거푸 동조의 술잔을 건네고는 있다만,

 

"봐봐라~ 젊은 놈이라고는 해도 마을에 아래 연령층이 없으니 그렇지 우리 나이도 이미 오십대 아닌가?  가려서 표현하고 점잖게 말 해야지..."

 

대동계 하자고 모인 날

소동(小同)을 만들기 위해 소동(騷動)을 일군 셈이다

 

마을 반장은 순기 형님이 한해 더 애 쓰신다 했으니 그만 이다만

뭐시 전 해에는 없던 대동계장이며 경로회장에 이어 부녀회장...까지...

마을 모두가 장이 될 판이다

 

꼭 공명심으로 나무랄 일만은 아닌 적당한 임무 분배이긴 하겠으나

멀쩡하던 전씨 어르신께서 갑자기 힘 들어간 목소리로

 

"에~ 그럼 경로회장이 한 말씀 올리겄습니다..."로 운을 떼는 지경에서야 그만 딱

나도 장 자리 하나 하고 싶더라

 

환장...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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