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김장 후,

햇꿈둥지 2022. 11. 10. 06:49

 

#.

김장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다.

#.

따라서 김치도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식품이다.

#.

고춧가루와 양념들로 화장을 마친 배추들은

땅속에 묻힌 항아리가 아닌

김치냉장고에 모두 수감되었다.

#.

그리고

동치미

대파 김치

섞박지... 등 등,

#.

김장을 하는 이도

김장을 돕는 나도

서로의 고단한 몸이 소금에 절은 배추보다 더 무겁다.

#.

내년엔 

우리도 김치 사 먹기로... 마음먹었다.

#.

이박삼일 동안 정비 공장에 누워 있던 차를 찾으러 가는 시간,

시골 버스 안에는 늦은 오후의 햇살만 가득 흔들리고

11월의 몇 날들이 서툴게 춥고,

#.

초로의 여인네 둘이서

햇살보다 더 끈적한 수다를 늘어놓는 끄트머리

"뭘 먹어야 아픈데 읎이 오래 산대유?..."

#.

뱀에게 불로초를 빼앗긴 길가메시의 독백,

-영생이란 순간을 영원으로 사는 것...이라고 했던가?

#.

나날이 햇살은 식어 가는데

여전한 시골살이의 일거리들,

#.

아이 결혼식을 알려 주겠노라고

먼 길을 달려 와 마주 앉은 뒤에

카톡~

하나 보내 주는 정신 나간 후배 부부,

#.

겨울 입구에서

모두들 우왕좌왕이다.

#.

손 잡아 식사 나눔을 하겠노라고

또로록~ 문자 하나,

#.

가득한 김치는

누가 와서 먹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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