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취미와 취로,

햇꿈둥지 2022. 12. 9. 10:01

 

#. 

어떤 이가

신 누구누구를 좋아하면 공산주의자라고 했던가?

어쨌든 그니의 책이 서가에 세 권쯤 있음에도

다시 새로운 책을 구해 펼쳐 들었으니

이 정도면 새빨간 공산주의자가 될 일이다.

#.

마을 저녁 모임에선

날 선 목소리로 신누구누구를 성토하며

거나해지도록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

신누구누구가 쓴

"처음처럼" 여러 병이 빈 몸이 되어

깔깔깔 함부로 나뒹굴던 저녁,

#.

산골짜기 늙어가는 부부의 일과란 것이

아내는 집안에 들인 화초를 돌보거나

돌돌돌 재봉틀 돌려 옷을 짓거나

가끔 고양이를 어루만져 밥을 주거나의

우아틱한 취미 생활이고,

#.

집 밖으로 동선이 큰

강아지 돌보기와

이런저런 허드렛일들,

말하자면 찬바람 맞아가며 해야 하는 일들은 몽땅 내 일이니

내게는 취로 생활쯤 되겠다.

#. 

이장부터

노인회장 부녀회장 반장에 더 한 대동계장에

뭔 노무 '부'자 붙은 장과 장의 완장들

스스로의 고유가치를 찾는 대신

완장을 통해 자기 가치를 드러내고 싶은 사람들, 

마을 대동계 풍경,

#.

모두들

텅 비어 외로운 거다.

#.

동짓달 보름달빛이

새벽 되도록 치렁도 하여

기어이 자리 털고 일어나 글 한 줄 읽다 보니

에구머니나

이것도 공산주의자의 글일세,

#.

그래서 그런가?

눈에 핏발 서네 그려~

#.

일주일에 겨우 이틀

같은 반 동무들과 은밀한 놀이를 할 수 있는 정우가

딱 한번만

학원 떼어먹고 아이들과 놀고 싶다는 통사정,

#.

나 또한 그 놀이 뒤에 은밀하게 숨어 지원을 약속했으나

우리 음모보다 훨씬 더 치밀한

학원 선생님과 엄마와 할머니의 삼각 레이더 망에 걸려

우리 음모는 순식간에 초토 되었으므로,

#.

잠시

땡땡이의 달콤한 꿈은 개꿈이 되었다.

#.

아이 기다리던 시간,

바람 불고 춥더라.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자리,  (20) 2023.01.30
겨울 건너기,  (25) 2022.12.27
김장 후,  (19) 2022.11.10
함께 가는 길,  (22) 2022.10.30
이모티콘에 대하여,  (22)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