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건너기,

햇꿈둥지 2022. 12. 27. 06:37

 

#.

동지 지난지 닷새째

낮의 길이가 쌀알 다섯 톨만큼 길어졌겠다.

#.

예보에 관계없이

어떻게든 눈을 뿌리는 하늘,

사방 보이는 모든 것들이

온통 흰색으로 아득하다.

#. 

나뭇가지엔 산새들 모습 간데없고

헝클어진 삭풍만 치렁한 산 속,

#.

새로이 맞을 새해 첫 달에는

소한 바람 불어서

대한 추운

소한 대한이 옹크려 있다

#.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아이가 내민 카드에는

이야기해 줘서 고맙고

밥 줘서 고맙고

장난감 고쳐줘서 고맙고

마트 가 줘서 고맙고...

#.

때론 억지 강짜를 부리던 그 작은 속에

이렇게 예쁜 기억의 그릇이 있어서 올올이 펼쳐지기도 하는 것,

#.

나는 다만,

네가 있어서 고맙고,

#.

아침마다 최강한파가 올 예정이니

알아서 잘 살아내라는 국가적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잔뜩 끼어 입은 채

옹송옹송 옹크려 앉아 서가에 가득한 책 파 먹기, 

#.

어느 님이 주신 메모지 상자를 새로 놓고는

저 많은 종이 가득,

오로지 

사랑

사랑

사랑... 을 써 서

#.

바람 쎄게 부는 날,

뒷 산 봉우리에 올라

산 아래 너른 들에 사는 모든이들을 향해

민들레 홀씨처럼 뿌려야겠다.

#.

사람의 시간으로는 한 해가 비워졌지만

인연의 시간으로는 한 해가 보태어졌습니다.

부디 강령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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