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이모티콘에 대하여,

햇꿈둥지 2022. 10. 24. 04:43

 

#. 

참 독하기도 하지,

며칠의 서리로 주변의 푸르렀던 잎들 모두 주저앉았건만

이 맘 때 쯤에야 향기 가득한 꽃으로 피는 들국화,

#.

이제 제법 겨울 준비가 된 듯하여

그만 좀 누워야겠다... 마음먹을 때쯤

김장할 때 써야 할 바깥 수도가 덜커덕 고장이 나서

허리가 얼큰하도록 삽질하는 동안

머리, 어깨 위로 

깃털처럼 가볍게 뛰어내리던 나뭇잎들,

#.

가을은 깊고

통증도 깊고녀~

#.

외할머니 품에서 키워진 예온이는

갖은 아양과 굴종에도 불구하고

그저 멀뚱 새침하다.

#.

아이 돌잔치를 정리하는 시간,

아이의 외할머니께 정중히 인사했다,

"아이들 키우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

처가 밀착도가 더 큰 아이들이

외가 친밀도가 훨씬 더 큰 아이들로 키우는 일,

장차 이 세상은 모계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건지

그래서

카톡에도

이모티콘만 있고 고모티콘은 없는 건지,

#. 

몹시 피곤하다.

서울을 다녀왔다는 일 만으로

충분히 그러하다.

#.

앞 산

옆 산

뒷 산

누옥의 뜨락마저

단풍에

퐁당,

#.

상강 훨씬 전에

예고의 무서리 없이

된서리부터 퍼부어진 산골

#.

고양이 세 마리 

춥다고

발 시리다고

가을에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서릿발 위의 종 종 걸음,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장 후,  (19) 2022.11.10
함께 가는 길,  (22) 2022.10.30
훈수의 결과,  (30) 2022.10.14
새벽 수다,  (27) 2022.10.09
세미 겨울,  (29) 202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