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훈수의 결과,

햇꿈둥지 2022. 10. 14. 05:07

 

 

#.

왜 엄마 아빠는

내 생일날 결혼했어?

 

#.

정환이의 생일과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이 겹친 날,

정환이의 도치된 의문,

 

#.

케잌에 선물에

깍두기로 정우까지,

 

#. 

털리고도

기꺼운 행복,

뽀뽀 수천만 번,

 

#.

지난봄

스테파노의 훈수가 있었다.

옥수수 심는 사이사이

고구마 싹을 꽂아 놓으면

옥수수 베고 난 뒤에 

뒷 산 덩치만 한 고구마들이 줄줄이 달릴 거라는···

 

#.

쇠스랑과 호미질 수천만 번,

나온 고구마 달랑 아홉 개 쯤,

크기는

빈대 콧구멍 만한 것들이 출토 되었다.

 

#.

사은품으로

고구마 줄기만 수레 가득,

 

#.

스테파노와 

친구 끊기를 해야겠다.

 

#. 

낡아가는 집이 만들어내는

이런저런 문제들 중에

가장 큰 골칫거리 하나,

 

#.

지난해부터

마당에 설치된 바깥 등 어디에선가 누전이 진행되어

늦은 밤 집에 들어 스위치를 잘 못 켜면

덜커덕,

온 집안의 전기가 나가 버린다는 것,

 

#.

덜커덕

심장이 꺼지는 것 같은 느낌,

 

#.

곰 곰 곰 곰 한 열흘 궁리 끝에

선을 잘라

해당 스위치 선로에 매달린 세 개의 등을 포기한 채

밝기를 높인 하나의 등으로 교체함으로써

기어이 해결,

 

#.

신 새벽

마을 방송을 통해서라도

이 쾌거를 널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

이른 아침에 밥 짓기

마무리로 설거지하고

이런저런 농사일에

지붕 고치기와 전기 손질하기

고양이가 노획한 뱀 처분과

아궁이 불 때기

아내의 책 만들기 보조역에

가을빛 찬란한 꽃 한 송이

식탁에 꽂아두기···

 

#.

나는 무엇이며

누구인가?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 가는 길,  (22) 2022.10.30
이모티콘에 대하여,  (22) 2022.10.24
새벽 수다,  (27) 2022.10.09
세미 겨울,  (29) 2022.10.01
어수선 대수선,  (30) 2022.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