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새벽 수다,

햇꿈둥지 2022. 10. 9. 04:05

 

#. 

하늘엔 구름이 흐르고

덩달아 세월도 흐르고,

 

#.

하늘은 참 맑았고

허공은 또

셀로판지처럼 투명하다. 

 

#.

주머니마다

도토리 이거나

밤 몇 톨이 들어 있어도 좋은

시월,

 

#. 

하수관 청소 이후

도미노처럼 

이 일 저 일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

싱크대를 교체하고

윗부분의 전등갓을 바꾼 뒤

다시

조리대 위에 전등 늘여 달기,

 

#. 

지난해

집안 난로를 바꾼 뒤

연통을 새로 설치하는 바람에

지붕을 수직 관통한 연통을 철거하는 일,

 

#.

연통 떼어 낸 자리

대충의 손질 틈새를 비집고 

억수 빗물이 새어 들었으므로

산골 백수의 하룻밤이 질척하고도 어수선했다.

 

#.

앞 동네 아우의 산속 샘물 집수조를

아름드리나무가 넘어지며 깨뜨리는 바람에

며칠 째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

기어이

자발적 일꾼이 되어 여러 날 동안 오지랖 신공,

 

#.

시골살이거니

별스럽지 않은 기반 시설에 탈이 나면

그 심란함이 대단도 해서

밥이야 나가서 사 먹는다고 해도

빨래를 할 수 있나

뒷 일을 볼 수가 있나...

 

#.

사는 일들이

온통 수고롭다.

 

#.

글을 읽을 때 난독 증세에 더 해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눈에 띄게 오타가 많아지고 있다

블로그 졸업 때가 되어가고 있나 보다.

 

#. 

음력 구월의

열나흘 달빛에 홀려

신새벽 잠 깨어 

손가락 수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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